
“감성 팔이, 소위 말하는 ‘국뽕’ 이런 것에 의존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1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에서 류승관 감독을 비롯,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군함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군함도’ 프로젝트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군함도 항공사진 한 장을 보고 기괴한 이미지에 압도 됐다”며 “그 곳에 조선인들이 있었다는 것,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그는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한 창작물(팩션)”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로 함께 작품을 하게 된 황정민은 “이렇게 큰 작품을 2년 남짓 끌고 오며 만든 류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힘을 실었다.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의 소지섭. 그가 ‘군함도’를 선택한 이유는 류승완 감독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결정했다”고 전한 소지섭은 “시나리오를 받고 나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심적 부담이 많았다. 과연 내가 이 작품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감독님께 의지해서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역할을 위해 36.5kg까지 체중감량을 한 것으로 화제가 된 이정현은 “저 뿐만이 아니라 소지섭, 송중기 씨도 모두 체중감량을 하고 고생했다. 서로 현장에서 다이어트법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제작발표회 말미에 그는 “하루빨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큰 사랑을 받은 송중기는 다시 한 번 군인으로 돌아왔다. 그는 “소재가 주는 압박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사실 ‘군함도’라는 장소, 역사적 사실 잘 몰랐다. ‘무한도전’을 통해 안 게 전부였다”고 고백한 그는 “나도 젊은 나이라 모르는데 나보다 어린 친구는 얼마나 더 모르겠나 생각들더라. 역사적 배경을 공부해야 했다. 내가 제일 힘들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작품이 주는 긴장감, 압박감이 머릿속에 꽉 차 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가 참석,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후 “아까 류승완 감독님이 이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몇 프로 정도가 사실인지 궁금하다. 이 영화가 개봉하면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일단 질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영화라는 것이 제작공법이 있어서 실제함량 몇% , 창작함량 몇%라고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로 혹은 속아서 섬에 징집된 건 취재한 바 사실이다. 그건 기록으로 남아있다. 살아남아 계신 분들의 증언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인 400명이 집단 탈출하는 게 ‘군함도’ 메인이야기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는 시도는 있었으나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당시 섬에는 중국-미국 포로들도 있었는데, 이건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취재를 통해 가능할법한 것을 가공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은 한일관계의 악화를 묻는 질문에 “제가 존경하는 일본 감독들이 많다. 일본 음식도 좋아하고 친한 일본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일본과의 관계가 잘 풀려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치에 맞고 경우가 맞아야 좋은 관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갑을 관계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영화가 공개된 후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되리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주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어떤 감성 팔이, 소위 말하는 ‘국뽕’ 이런 것에 의존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이 있었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창조해낸 이야기다. 7월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