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인터뷰] 붐 “무한질주였던 20대, 이젠 후반전 위해 준비”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러브FM에서 이사 온지도 어느덧 4개월 차. 붐이 활약하고 있는 SBS파워FM ‘붐의 붐붐파워’(이하 붐붐파워)는 최근 전방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차진 붐의 애드리브와 9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선곡,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신나는 노래의 행진은 지친 오후 4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청취자들의 폭발하는 ‘드립’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심에서 라디오를 이끌어가는 붐은 선곡부터 추임새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최근 가진 공개방송에서는 그런 붐의 면모가 더욱 빛났다. 기타를 들고 리허설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는 방송에서는 보였던 장난스러운 모습은 전혀 없이, 각 분야의 감독들과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히 체크하며 방송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히 ‘프로’다운 모습이다.

1997년 그룹 키로 데뷔, 어느새 20년차 방송인이 된 붐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일지라도 방송 준비에는 언제나 진지하다. 리허설도 그야말로 ‘리얼’하게 준비한다. 본인만의 에너지로 가득 찬 붐은 인터뷰 동안 일에 대해 만족감과 청취자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 찬 붐을 만나 ‘붐붐파워’와 방송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Q. 최근 ‘붐붐파워’가 100일을 맞았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붐:
봄 개편 때부터 해서 100일을 조금 넘겼어요. 러브FM 때와 라디오 색깔이나 성향은 전혀 변화 없이 ‘멍석’만 달라진 정도예요. 많은 문자 수에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하하.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Q. 입담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아요.
붐:
미리 휴대폰에 추임새들을 다 적어놔요. 옛날 래퍼들의 감성을 좋아해서 혼자 적어놓곤 하거든요. 특별한 건 없어요. ‘쉐끼 펑키스쿨’, ‘야발라발히야’, ‘수리수리 양수리 예술이야’, ‘사치기 사치기 사뽀뽀’ 같은 추임새들이죠.

Q. 추임새를 쓰는 이유가 있다면.
붐:
이런 것만이 가진 에너지가 있잖아요. 라디오는 귀로 듣는 매체니까, 음악을 한 번 틀더라도 이런 추임새를 넣어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죠. 노래를 틀 때도 “노래 듣고 오시죠”라는 멘트보다는 “무대, 함께 보고 오시죠”라고 해요. 라디오의 장점은 ‘상상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제가 의외로 전통 라디오를 꿈꾸거든요. 정성을 다 해서 한 무대마다 소개하고, ‘붐붐파워’ 무대에 올라오는 가수들에게 생명을 넣어주자는 의미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함께 말씀드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상민 씨의 노래는 크라잉 랩이 있으니, “이상민 씨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올라오고 계세요”라는 멘트를 넣는 거죠. 상황을 쉬지 않고 뽑아내고 있습니다(웃음).

Q. 그런 상황에 화답하는 청취자들이 많아요.
붐:
그렇죠. 저희는 팝도 자주 트는 편인데, 비욘세 노래를 틀을 때면 “쌍둥이 출산 축하한다”며 혼자만의 토크를 해요. 인천공항을 잘 통과해서 오셨다는 등의 토크를 전개하는 거죠. 일종의 ‘상상찬스’ 같은 거예요. 사실 상상이라는 표현은 안 쓰고 저 스스로도 상상이라고 생각을 안 해요. 요컨대, 그림을 그려서 그런 멘트를 만드는 거죠. 청취자 분들도 그동안은 ‘노래 두 곡 듣고 올게요’라고만 접하다가 이런 소개 멘트를 받으니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일전에는 “음악에 링거를 꼽아주는 것 같다. 생명력을 넣어주는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Q. 그 덕분인지 ‘붐붐파워’ 인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어요. DJ로서 ‘붐붐파워’만이 가진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붐:
저는 ‘붐붐파워’를 시작할 때, 더 이상 라디오가 토크쇼가 되면 안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드라마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게스트들만 잔뜩 나와서 토크를 하고 음악은 한, 두곡만 트는 라디오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희는 음악을 최대한 많이 틉니다. 하루에 15곡 가량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어요. 라디오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갖고 가고 싶어서 ‘노 게스트’를 선언했습니다. 청취자가 궁금해 하지 않는 토크는 안 하는 거죠.

Q. 일전에 라디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도 ‘게스트는 없을지라도 DJ와 청취자, 음악의 삼위일체다’라고 표현했었죠.
붐:
맞아요. 게스트대신 오로지 청취자만 모시는 거예요. 오프닝할 때부터 청취자들이 들어오는 걸 ‘선수 입장’이라고 표현하거든요. 옛날 나이트 문화의 감성을 터치하는 거죠. 열심히 일한 청취자들이니까,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좀 쉬어도 되잖아요. ‘붐붐파워’를 통해 개운하게 피로를 풀어내길 바라고 있어요.

Q. 보통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나오는 시간은 곧 DJ의 휴식 시간이에요. 하지만 ‘붐붐파워’는 다르죠. 음악이 나와도 끊임없이 추임새를 넣거나, 보는 라디오를 위해 춤도 추고 있잖아요. 라디오임에도 에너지 소모가 정말 커 보여요.
붐:
그래서 집에 오면 부들부들 떨 때가 있어요. 이게 정말,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집에서 혼자 이 정도로 놀지는 못 하거든요. 개운하게 놀자는 마음으로 라디오를 하러 와요. 오히려 집에 가면 안 놀아요. 집에서는 재충전을 하는 거죠.

Q. 하도 재밌어서 몇몇 청취자들은 붐에게 ‘약 빤 것 같다’고도 해요(웃음).
붐:
어휴. 그 말 나올 당시에 연예계에서 약과 관련된 예민한 일들이 많아서 저도 덩달아 예민해졌어요(웃음).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Q. 선곡을 DJ 붐이 직접 한다고 들었는데.
붐:
음악은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님과도 선곡 부분을 가장 많이 회의하고 있고요. 저희는 음악에 대해 정말 예민하게 생각해서, 그냥 막 틀거나 하지 않아요. 이 감성, 이 날씨, 이 습도, 이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틀려고 해요. 그래서 미리 선곡해뒀어도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가요계에서는 임진모 선배님과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로 노래들을 많이 알아요. 제가 1992년부터 가수를 꿈꿨는데, 그때부터 2017년 안에 나온 K팝 가수들의 모든 노래를 사랑하고 좋아해요. 음악을 들으면 그냥 막 아드레날린이 돌아요.

Q. 선곡할 때 본인만이 가진 철칙 같은 게 있나요?
붐:
간주의 멜로디만 들어도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담긴 노래들을 많이 선곡하려고 해요. 그래서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나누고 있죠. 선곡은 ‘붐붐파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니까 작가님, 감독님이 각자 세대에서 유행한 노래들과 그 시기의 음악 파트를 최대한 많이 공유해요. 음악 안에는 에너지도 있고 추억도 있잖아요. 그래서 ‘한 곡의 음악은 한 번의 여행이다’라는 말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Q. 30~40대가 주 청취 층 같아요. 노래도 그 세대가 향유하던 곡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고.
붐:
90년대 노래도 많이 포함되고 있지만, ‘노 게스트’를 선언해서 더 그런 노래들이 나오기도 해요. ‘모르는 음악은 틀지 않는다’는 주의거든요. 저희 라이벌은 휴대폰 플레이리스트예요.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가 재미없으면 바로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플레이리스트 속 음악을 듣잖아요. 저희는 플레이리스트와 싸우는 거예요.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이길 수 있는 노래’를 추구하는 거죠.

Q.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이기기 위해서 붐이 택한 전략은 뭔가요?
붐:
플레이리스트 속 음악은 붐이 안 떠들잖아요. 추임새가 안 나오니까, 그런 부분을 경쟁력으로 삼아서 싸워보자는 거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서 메모장에 추임새를 많이 적어놓고, 노래 중간마다 멘트가 필요할 때 넣고 있어요.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붐(사진=김예슬 기자 yeye@)

Q. 게스트가 없다지만 지난번엔 김연자가 출연해 ‘아모르 파티’를 불러 화제가 됐어요.
붐:
저희는 게스트 대신 ‘오다가다’라고 불러요. 그냥 저희 라디오 부스를 지나다가 저희를 보면 ‘오다가다’ 들어오는 거예요. 김연자 씨도 라디오국에 오신 김에 오다가다 들린 거예요. 그냥 들어오자마자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거죠(웃음). 김건모 선배나 신승훈 선배도 많이 지나가줬으면 좋겠어요.

Q. 지금까지 ‘Fun Fun 라디오’, ‘영스트리트’, ‘드라이빙클럽’ 등 다양한 라디오를 했어요. 이전의 라디오 프로그램들과 ‘붐붐파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붐:
기회의 차이 같아요. 제가 청취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틈을 많이 주셨죠. 그동안의 라디오들은 이미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역사가 오래 돼서 정해져 있는 틀이 있었어요. 하지만 ‘붐붐파워’는 제작진에게도, 라디오국에서도 일종의 모험이었죠. 금요초대석 같은 요일별 코너들이 있듯 라디오가 가진 틀이 있는데 그런 것 전혀 없이 흰 도화지에서 시작했으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제게 맞는 옷을 입혀준 거죠. 그게 가장 큰 차이 같아요. 정말 고마운 부분이죠.

Q. 일전에 그런 말을 했어요. 이전까지가 전반전이면 이제부터가 후반전이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붐은 후반전에서도 어디쯤에 서있나요.
붐:
신발 끈을 묶는 느낌이에요. 후반전 옷으로 싹 갈아입고, 신발 끈을 묶고,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경기장에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죠. 글자로 표현하면 ‘본격!’이라는 느낌이에요(웃음).

Q. 그렇다면, 후반전의 시작이 ‘붐붐파워’로 잘 풀릴 것 같은데요(웃음). 라디오를 진행하며 목표가 있다면 뭘까요.
붐:
일단, 다른 라디오와 색깔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목표로 삼는 건 청취율 3위 정도예요. 1등보다는 3위 정도를 하고 싶어요. 단상엔 오르고 싶거든요. 3등이면 동메달이잖아요. 목에 뭐라도 걸어야죠(웃음).

▲붐(사진=SBS파워FM ‘붐붐파워’)
▲붐(사진=SBS파워FM ‘붐붐파워’)

Q. ‘붐붐파워’가 잘 되고 있지만, 역시 붐에게 TV 프로그램을 빼고 생각하긴 어려워요. 이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붐:
사실 제가 금전수 하나를 분양 받았는데 얼마 전에 새 잎이 나왔어요. 이게 나올 때마다 프로그램을 하나씩 들어가게 되더라고요(웃음). 프로그램을 8-9개 할 땐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둬도 잎이 머리카락처럼 나왔어요. 이사하면서 갑자기 죽더니 저도 놀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붐붐파워’를 시작하며 새로 분양 받은 친구가 잎을 띄워서 저도 조금 욕심을 내고 있어요. 하지만, 방송이 제가 하고 싶어서 되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분명한 건 라디오가 제게 꼭 필요한 호흡이라는 거예요. 혼자서 가진 시간들과 라디오가 제게 다시 시동을 걸게 해주는 것 같아요.

Q. 뭐랄까, 성숙해진 느낌이네요.
붐:
철이 들었다고 하기 보다는 좀 더 프로그램을 사랑하며 하자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20대 때에는 제 스스로가 ‘무한질주’였어요. 앞뒤 안 가리고 자극적으로 웃기기만 하면 되지, 여자 게스트가 춤추면 같이 가서 춤추면서 웃기면 되지 않을까, 스케줄이 하나 빠지면 하나를 어디서 채워 넣을지, 유행어를 어떻게 만들지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제 자신이 그냥 소비되는 용도였죠.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요. ‘붐붐파워’를 하면서 과거에 제가 즐거워서가 아닌, 억지로 웃음을 빼내는 스트레스를 대중도 느꼈겠구나 싶어요.

Q.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 들어선 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붐:
이 프로그램이 뭔지를 알고, 대중이 나의 어떤 부분에 에너지를 느끼는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의 속과 대화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제가 올해 36살인데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잖아요. 내년이면 37살이고 3년 뒷면 마흔인데 이름은 ‘쉐끼루 붐’이에요(웃음). 급하게 생각은 안 해요. 이제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에너지 있는, 무게감 있고 묵직한 웃음을 주고 싶어요. 혼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라디오가 연예인 붐에게 많은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앞서 ‘붐붐파워’가 게스트는 없어도 DJ-음악-청취자 삼위일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붐에게 청취자란 어떤 의미인가요.
붐:
청취자 분들이 PD와 작가인 것 같아요. ‘붐붐파워’는 청취자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저도 DJ를 하면서 노는 거거든요. 청취자 분들이 제 사장님인 셈이죠. ‘붐붐파워’라는 클럽의 지분사장이고 저는 바지사장인 거죠(웃음). 그리고 제게 큰 감동을 주고 계시고요.

Q. 어떤 의미에서?
붐:
제가 방송을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이런 호사는 처음이에요. 저를 위한 그림을 그려주시고 저를 위한 간식을 준비해주세요. 다른 방송에 가면 도시락도 보내주시고요. 제가 뭐라고…. 정말 이런 호사를 누려고 되나 싶죠. 청취해주시는 분들 다수가 제 또래여서 공감대도 형성하며 함께 하고 있고요. 정말 감사하고, 19년 방송하며 가장 큰 감동을 받고 있는 요즘이에요.

▲붐(사진=SBS파워FM ‘붐붐파워’)
▲붐(사진=SBS파워FM ‘붐붐파워’)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