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시영은 지난 11일 막을 내린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에서 32회 내내 뛰고 구르고 날았다.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기가 부지기수고 달리는 차 안에 매달려 적을 상대하기도 했다. 딸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나 형사로서 느끼는 정의감, 파수꾼 동지들을 향한 연민과 책임감도 이시영의 얼굴 안에서 모두 살아났다. 그래서 그녀는, 빛났다.
하지만 이시영만 빛났던 건 아니다. 그룹 샤이니 키는 극 중 공경수가 가진 성격의 낙차를 제 안에 녹여내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었고 김슬기는 서보미의 서늘함과 아픔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기구한 인생을 살아낸 장도한 검사, 김영광이 있다. 극 초반에는 코믹함을, 중반에는 긴박함을, 후반에는 연민을 안겼던 인물.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배우들의 소화력 모두 뛰어났지만, 김영광과 키, 김슬기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속도감 잃은 전개와 클리셰적인 인물 소개로 초반 시청률 잡기에 실패한 제작진의 혐의가 크다. 반면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KBS2 ‘쌈, 마이웨이’는 첫 날부터 다소 과격한 전개로 주인공 커플의 ‘썸’ 기류를 보여줬다. 첫 회부터 러브라인과 갈등관계를 쏟아내며 승부수를 내는 것은 방송가의 새로운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수꾼’은 달랐다. 느긋했다. 윤승로(최무성 분)의 악행이 드러나고 장도한(김영광 분)의 과거사가 밝혀지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인물들의 사연과 관계는 분명 흥미로웠다.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할 때까지 채널을 고정하고 기다려줄 만큼, 요즘의 시청자들은 너그럽지도 참을성 있지도 않다.
마지막 회 방송에서는 ‘파수꾼’의 한계가 더욱 적나라하게 발견된다. 장도한은 허무하게 죽었고(심지어 그의 죽음마저도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알려졌다), 후반부 많은 장면들이 회상씬으로 대체됐다. 검찰과 경찰을 쥐락펴락하던 살인범 윤시완(박솔로몬 분)은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그가 높은 지능과 든든한 ‘빽’을 가진 사이코패스임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전개다. 앞서 ‘천재 해커(공경수)’, ‘은둔형 감시자(서보미)’ 등의 캐릭터 설정으로 비현실적인 전개를 ‘퉁’ 친 제작진의 안일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파수꾼’이 ‘이시영의 하드캐리 작품’으로 설명되는 것은 이시영을 제외한 인물들이 부진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이시영 외의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다. 여성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성공은 ‘파수꾼’ 이후로 미뤄둬야 할 성 싶다. 마지막으로 치열하게 살았으나 허망하게 세상을 등진 장도한 검사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