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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선’ 유승호 VS ‘절대 악’ 허준호…‘군주’ 공감할 수 있나요?

▲유승호(사진=MBC '군주 - 가면의 주인')
▲유승호(사진=MBC '군주 - 가면의 주인')

“사과하오. 나라가, 군주가 그대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기에 그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소. 과인은 구렁텅이로 뛰어들어 백성에게 어깨를 내어줄 것이오. 내 어깨를 밟고 빠져나갈지언정 내 백성이 절대 그대처럼 괴물이 되는 세상을 만들지 않을 것이오.”

이토록 자비로울 수가, 이토록 정의로울 수가, 이토록 이상적일 수가!

지난 13일 막을 내린 MBC 수목드라마 ‘군주 - 가면의 주인’ 속 왕 이선(유승호 분)은 태어날 때부터 ‘군주의 정석’을 머리와 가슴에 새긴 사람 같다. 어떤 결정을 할 때에도 백성의 생존과 안녕이 우선이며, 설령 그것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편수회 소속의 대신이라 할지라도 목숨을 잃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신분을 빼앗고자 했던 천민 이선(엘 분)에게 “너는 영원히 내 동무”라고 말하고 심지어 악의 절정에 있는 편수회 대목(허준호 분)에게조차 사과한다. 그러니까 이선은 이름 그대로 절대적인 선(善)의 인물이다.

▲배우 허준호(사진=MBC '군주 - 가면의 주인')
▲배우 허준호(사진=MBC '군주 - 가면의 주인')

“내 양수청 물지게꾼들을 시작으로 조선 백성 전체를 움직일 것이야. 물지게꾼들에게 주상이 양수청을 없애려 한다고 소문내거라. 과격한 백성들이 궐을 잿더미로 만들고 주상을 살해해도 나쁘진 않겠지. 하! 애민, 애민이라. 백성들이 네 놈 등에 칼을 꽂아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어디 두고 보자.”

반면 대목은 교활함과 잔학함과 악독함의 대명사다. 물을 사유해 백성들의 목을 죄면서도 마치 자신이 물을 베풀어주는 것처럼 군다. 편수회 수하들을 독으로써 좌지우지하고 그들을 궁궐 곳곳에 심어둬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심지어 친손녀 김화군(윤소희 분)조차 자신의 권력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직접 살해했다. 대목의 수법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존중을 모르기에 더욱 치밀하다. 그러니까 대목은 절대적인 악(惡)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군주 - 가면의 주인' 포스터(사진=피플스토리 컴퍼니, 화이브라더스 코리아)
▲'군주 - 가면의 주인' 포스터(사진=피플스토리 컴퍼니, 화이브라더스 코리아)

선악의 구도가 명확하니 작품이 인물 간의 갈등과 대립을 그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 다만 선과 악을 향해 ‘직진’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매력을 잃는다. 선한 군주의 표본인 이선은 비록 감탄은 자아낼지언정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는 못한다. 악의 화신인 대목은 분노와 공포감을 안기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그 이상을 얻지 못했다. 앞서 MBC에서 방영된 사극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 악역으로 여겨질 수 있는 연산(김지석 분)과 녹수(이하늬 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동정을 얻게 한 것과 비교하면, 안일한 캐릭터 연출이다.

천민 이선을 ‘악역’으로 치부한 것은 작품의 실수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천민 이선은 극 중 인물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서사를 지닌 인물. 가은의 아버지의 죽음을 촉발했다는 부채 의식과 왕 이선을 향한 열등감, 그리고 사랑과 신분을 향한 욕망은 천민 이선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지만, ‘군주’는 그를 ‘흑화’된 ‘악역’으로 그리면서 그의 매력적인 성격을 납작하게 눌렀다. 극 초반 차곡차곡 쌓아올린 인물간의 서사와 감정선은 작품이 가은을 둘러싼 삼각관계에 집중하면서 희미해졌다.

‘군주’는 이선의 애민정신을 거듭 강조하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안기려고 애썼다. 정의의 승리와 악의 몰락은 물론 통쾌하다. 하지만 완벽한 선(善)과 완벽한 악(惡)만큼 예측 가능한 것은 없다. 흥미와 공감이 끼어들 여지는 줄어들고 덕분에 경쟁력은 약해진다. 선과 악의 대립보다 인간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집중하는 요즘의 드라마 시장에서는 더더욱.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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