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SBS 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2’(이하 판듀2)는 제목 그대로인 예능이다. 도통 보기 힘든 ‘판타스틱’한 가수와 그 ‘듀오’ 조합으로 대결의 장을 마련한다. 쟁쟁한 실력을 가진 일반인들과 레전드 가수의 듀엣 무대는 그 자체로 ‘귀 호강’을 보장한다. 여기에, 장르를 넘나드는 후배와 선배 가수의 컬래버레이션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제공하며 ‘판듀2’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됐다.
무대 완성도를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힌 김영욱PD는 가수 양희은의 말을 인용,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것이다”는 말로 ‘판듀2’를 설명했다. 가수가 일방적으로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청자가 가수를 감동시키는, ‘양방향’ 무대를 지향하는 ‘판듀2’만의 특별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김영욱PD와 만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판듀2’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명품 라인업’이다. 그만큼 섭외가 대단하다는 평이 많다.
김영욱PD(이하 김영욱): 그런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도 많이들 나간다. 그럼에도 ‘판듀2’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화제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자연히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나도 가수들에게 뭔가 도움이 된 것 같고, ‘윈-윈’(WIN-WIN)이라는 생각을 한다.
Q. 왜 ‘판듀2’에 나오면 더 화제가 되는 걸까.
김영욱: 자신의 노래를 갖고 나와야 하는 쇼이자,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이다. 우리 프로그램은 가수도, 일반인도 ‘그냥’은 못 나온다. 준비할 게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이 무대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 우리 무대 자체가, 가수로서는 아직도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 ‘역시’라는 말을 듣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니 좋은 무대가 나오고, 그래서 더 화제가 되는 게 아닐까.
Q. 최근엔 이은미의 출연이 큰 관심사였다. 섭외 비하인드가 있다면.
김영욱: 섭외에 꼬박 1년이 걸렸다. 비가 오듯 한 번씩 전화를 하곤 했는데, 이은미 측에서 “저흰 절대 안 하는데 참 꾸준히 연락을 주신다”는 말을 하더라(웃음).
Q. 이은미와 양파의 조합은 독특했다. 활동기간은 비슷해도 느낌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인데.
김영욱: 조합 맞추는 건 언제나 어렵다. 이번엔 특히나 우리 쪽에서도 많이 고민했다. 이은미의 페어 맞추기는 특히나 더 어려웠는데,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은미 라이벌’을 쳐보니 양파라 나와서 섭외했다. 이건 진짜다(웃음). 양파도 이 조합에 부담감이 컸다. 양파의 섭외도 정말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졌다.
Q. 김연우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큰 화제였다. 샤이니 온유, B1A4 산들, 옴므 창민과 함께 ‘루시퍼’를 댄스와 함께 소화하지 않았나.
김영욱: 중간에 김연우가 실수를 해서 무대를 다시 했는데, 사실은 방송에 나간 게 2번째가 아닌 3번째 무대다(웃음). 김연우가 정말 그 무대를 열심히 준비했다. 다른 것보다도 그 무대에 욕심을 내 준비를 많이 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Q.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판듀2’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영욱: 일전에 조카가 ‘왜 자기가 아는 사람은 안 나오냐’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그런 부분을 더 많이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아이돌과 레전드 가수들의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됐다. 그 덕에 화제성도 올라가는 것 같다.
Q. 세대차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김영욱: 현재 음악시장은 너무 양분화 됐다. 내가 40대 중반인데, 성인가요 프로그램을 봐도 누군지를 다 모르겠고 ‘인기가요’를 봐도 모르겠다. 흐름이 너무 빠른 거다. 과거 ‘가요톱텐’ 때만 해도 트로트곡이 4위, 댄스가 1위였는데 이제는 장르를 담는 그릇이 완전히 나뉘었다.
Q. 확실히, 이젠 지상파 3사 가요프로그램에서 세대가 섞인 노래는 정말 찾기 어렵다.
김영욱: 맞다. 각자 세분화해 즐긴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는 거다. 최근 나온 노래 중 꼽아 봐도 에일리가 부른 ‘도깨비’ OST 정도다. 그래서 게스트로라도 아이돌들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합을 짜는 건 힘든 부분이지만 보람을 느낀다. 부활과 아이콘의 컬래버레이션도 좋았다. 컬래버 무대에 임하는 아이돌도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망신당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 온다.
Q. PD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무엇인가.
김영욱: 이병우 감독과 아이유의 무대였다. 음악에 관심이 많다면 그 분이 엄청난 분인 걸 아실 거다. 아이유가 이병우 감독에게 각고의 노력 끝에 받은 곡이 ‘그렇게 사랑은’이다. 잔잔한 만큼 앙코르로 꾸미기엔 대중적이기보다는 약간 모험적인 무대라 아이유가 망설였는데, 내가 당장 하자고 했다. 애초에 그 곡을 제안한 것 자체가 아이유의 자신감이니까. 사실 내가 대학시절부터 이병우, 김광민의 음악을 가습기처럼 들었던 팬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떨려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팬인 걸 안 믿으시는 것 같더라(웃음).
Q. ‘판듀2’는 조합을 짜는 것 자체가 참 독특하다. 록과 발라드를 맞붙게 한 무대는 참 신선했다.
김영욱: 장르를 틀어버리면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서로 비슷하게 태진아 대 송대관으로 대결구도를 짜면 재밌을 것 같지만 그 경우 ‘판듀’ 10명이 모두 똑같아진다. 2주 내내 비슷한 분위기를 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트로트 편을 기획할 때도 트로트 내의 세부적인 장르를 섞었다. 서정적인 트로트와 정통 트로트, 신나는 트로트로 구분하니 느낌도 달라지더라. 가수들의 조합은 방송 구성 상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원하는 조합이 있다면.
김영욱: 신승훈 대 김건모다. 하지만 두 분 다 섭외하기 참 어려운 분들이다(웃음).
Q. 그렇다면, 꼭 모시고 싶은 게스트는?
김영욱: 가수 나훈아가 이번에 새 앨범을 낸다고 들었다. 하하. 그분 외에도 조용필과…역시나 김건모 신승훈이다(웃음). 대한민국 3대 보컬로 손꼽히는 ‘김나박’(김범수 나얼 박효신)도 꼭 모시고 싶은 분들이다.
Q. 가수 세 사람이 등장하던 시즌1과 달리, ‘판듀2’는 라이벌전으로 형식을 바꾸며 음악에 좀 더 집중되는 느낌이다.
김영욱: 사실, 기본적인 DNA는 바뀐 게 없다. 노래 한 곡을 더 듣게 돼 음악적인 깊이가 있어 보이는 거다. 컬래버레이션 무대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음악예능 ‘판듀2’는 음악과 예능적인 측면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하고자 하나.
김영욱: 음악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예능은 음악무대가 터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예능적인 부분보다도 1:3, 1:5 무대가 잘 돼야 한다. 그게 잘 되면 샤워 효과처럼 예능적인 부분까지 살게 된다. 그래서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파이널 무대의 경우도 일반인 참가자들이 미리 노래 형식을 들으며 연습을 하는데, 대기실에서 무대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직접 가수와 맞춰보며 연습한다. 정말 쉬는 시간도 없이 연습을 한다.
Q. ‘판듀’들의 실력은 프로그램의 백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반인 출연자가 있다면.
김영욱: 파일럿 당시 나왔던 장윤정의 판듀, ‘칠순택시’ 서병순 씨다. 이분 덕에 정규편성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를 완벽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초혼’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살아 온 사람이다. 사실 노래를 부른 장윤정은 그런 경험이 없지 않나. 그 노래의 진짜 주인은 서병순 씨였다. 양희은이 남긴 명언이 있는데,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는 거다. 이게 딱 ‘판타스틱 듀오’의 기획의도다.
Q. 다수의 음악예능 중에 ‘판듀2’만이 가진 강점은 뭐라 생각하나.
김영욱: 노래를 듣는 사람이었던, 소비자로만 있었던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가는 거다. 이만큼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형태의 음악 예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임에도, 예컨대 “난 도시락을 싸는 엄마지만 노래는 너만큼 해”라는 느낌인 거다. 그 부분을 보여주는 쾌감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찰나를 잡아내는, 다 함께 흐뭇해할 수 있는 ‘일탈’인 셈이다. ‘판듀2’에 나왔던 출연자는 ‘일탈’을 즐긴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나. 그 일탈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강점이라 생각한다.
Q. 그래서인지, 일반인과 함께 하는 가수들의 태도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김영욱: 가수 분들도 여타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가 된다. 자신이 나와서 추앙을 받는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 부분은 아예 ‘불후의 명곡’이라는 오마주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그것과 달리 ‘판듀’는 정말 ‘팬심’인 거다. 일상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오중창으로 자신의 앞에서, 자신이 몇 만 번이나 불렀던 노래를 뮤지컬처럼 부르는데, 그 순간 가수가 짓는 표정은 정말 ‘판듀’에서만 볼 수 있다. 내 노래를 열창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표정인데, 시청자가 가수를 감동시키는 셈이다. 이런 힘이 매번 녹화 때마다 전달돼서, 가수들에게 ‘저 사람들을 두고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Q. 그건 노래가 주는 감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PD로서 프로그램을 편집할 때 가장 부각시키려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김영욱: 팬심이 보여야한다는 거다. 파이널 무대에 가면 끝인 게 아니라, 가수와 ‘판듀’가 그날 처음 봤어도 노래로 서로 오랫동안 안 느낌이 보여야 하는 거다. 인연이 있다는 느낌으로 편집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시즌2의 첫 회에서는 참가자의 중복지원이 가능해서 1:5 무대에서 서로 가수들이 지원자를 뺏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감정이 연결되는 걸 막았다. ‘판듀’는, 진짜 저 가수와 노래하고 싶어 나오는 이들의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으면 외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중복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Q. 무대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김영욱: 감동과 팬심, 퀄리티가 높은 무대가 주요 포인트다. 편곡과 믹싱과 같은 부분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프로그램의 하우스 밴드와 권태영 감독님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다. 드럼을 치는 최수호 선배도 최고다. 한 번은, 끝난 뒤 함께 맥주를 마시는데 내게 어릴 때 좋아한 가수를 묻기에 민혜경이라 했더니 “그 드럼 내가 쳤다”더라. 집에 가서 LP판을 보니 정말로 드럼에 최수호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때의 전율이란…(웃음). 이런 분들을 모시고 방송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 모두가 PD인 나를 아는 건 아니지만, 밴드가 들어오면 무조건 최수호 선배에게 인사를 한다. 세션을 보면 일단 긴장을 하게 되는 거다. 그게 곧 우리 프로그램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Q. 새롭게 여름 특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김영욱: 7월 23일부터 8월 27일까지 총 6회 분으로 기획 중이다. ‘썸머 패밀리 페스티벌’로, 클론 대 박미경이 포문을 연다. 그 외에도 채연 등 김창환 사단이 다 나온다.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하는데, 가장 재미난 포인트가 김건모 부모님의 출연이다. 김건모 아버지가 최초로 방송에 나온다. 박미경이 김건모 부모님의 수양딸이라더라. 무명 6년 동안 김건모네 집밥을 먹었다고 들었다. 그 인연으로 김건모 부모님이 박미경을 응원하러 직접 등장했다. 2회분으로 잡은 특집이다.
Q. 나머지 4회분은 어떻게 꾸며지나.
김영욱: 일반인이 아닌 후배 가수들이 선배 가수들에 도전하는 특집이다. 그동안 녹화를 진행해오며 가수들이 “나도 (선배 가수의) 팬이어서 한 번 ‘판듀’로 겨뤄보고 싶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그 말을 받아들여 다양하게 라인업을 잡아봤다.
Q.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김영욱: 연예인 특집이라고 해서 어떠한 특권도 없다. 일반인과 모조리 같게 진행한다. 가수 ○○○이 아닌, 일반인처럼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닉네임을 붙여서 나오게 된다. 가수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자신이 왜 이 자리까지 섰는지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하게 된다. 일반인처럼 녹화를 준비하는 모습을 선공개 영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가수의 초심도 보고 어떤 사람의 팬인지도 볼 수 있다. 일명, ‘판듀 스타워즈’ 특집이다. 평상복을 입은 민낯의 스타들의 모습이 담기는데, 훨씬 매력적일 거다(웃음).
Q. 여름특집 이후의 ‘판듀’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김영욱: 일단 여름특집을 잘 마쳐서 더 새로운 재미를 전달시켜드리려 한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연예인들을 대거 불러 시청률을 올리려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위험한 관점이다. 일반인들의 자리를 셀럽들이 뺏은 걸로 보이지 않게끔, 명분을 분명히 보여줘서 ‘판듀2’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 이후에는 기획적인 부분에 주안을 두고 새 판을 준비할 생각이다. 트로트 특집이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 그런 만큼, 뮤지컬이나 힙합 특집도 생각하고 있다. ‘판듀’만의 음악 채널에서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맛들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 중이다(웃음).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욱: 뮤지컬 특집에 홍광호 씨가 꼭 좀 나와 주시면 좋겠다. 꼭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전화 좀 받아주면 좋겠다(웃음). 그분의 표현력을 꼭 ‘판듀2’의 틀에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