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어딘가에는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들 하지만, 아픈 것은 환자이며 아프지 않고도 성숙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래된 격언들이 긴 시간 구전되는 것은 흔들리며 피어난 꽃들이, 아파본 청춘들이, 혹은 아픈 만큼 성숙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가치 때문일 것이다.열아홉 배우 김소현은 어른이 되면 어려움을 겪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에 부딪히고 고비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성숙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기는 기대한 시점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성숙에는 쉽게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된다. 어려움과 고비를 겪고 성숙해질 어른 김소현의 모습이.
Q. 사극에서 주연을 맡은 건 ‘군주’가 처음이에요. 어땠어요?
김소현: 주연은 ‘후아유’ 때 해봤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사극에서 주인공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게다가 20부작…. 현대극에서도 20부작을 해본 적이 없는데 사극에서 20부작! 두려움이나 고민, 걱정이 컸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려고 했어요. 사실 주가 되는 것은 군주의 성장이고 현장에 여러 선배님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현장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어요. 제 몫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죠.
Q. 두려움, 고민, 걱정이 많았는데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김소현: 등장인물들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네 명의 친구들이 모두 비범했고 강한데다가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유)승호 오빠가 캐스팅된 것도 영향을 줬죠.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였거든요. 많이 배울 수 있고 좋은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았습니다.
Q. ‘군주’에서 아역과 성인 역을 모두 연기했어요. 이것이 앞으로의 선택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계속 성인 역을 맡고 싶은지 아니면 아역도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김소현: 반반(半半)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라면 아역도 괜찮겠지만, 제가 괜찮다고 아역을 맡았다가 시청자 분들에게 혼란을 드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Q. 아역을 해도 괜찮을 만큼 좋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김소현: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끌리는 작품이 있어요. 이유를 콕 짚어 설명할 수는 없는데 대본이 잘 읽히는 작품이 있죠. 제 캐릭터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작품 전체가 좋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요, 반대로 제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든지 제가 좋아하는 여성상에 가까우면 하고 싶어요.
Q. 좋아하는 여성상이요?
김소현: 전작 중에서 예를 들자면 ‘페이지터너’의 윤유슬 같은 캐릭터요. 할 말은 할 줄 알고 때론 자기주장도 세게 내고. 당당한 여성이 좋아요. 지고지순하고 순종적인 인물보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Q. 그렇다면 더욱 가슴 아픈 애기가 되겠네요. ‘군주’의 한가은은 극 후반 ‘민폐 여주’라는 오명을 얻었어요.
김소현: 초반에는 사실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자유를 꿈꾸고 할 말도 할 줄 아는 친구였죠. 극이 진행될수록 그런 모습이 약간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극에서 가은이가 쓰이는 방식이 달라지다보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Q. 사람들 반응은 찾아보는 편인가요?
김소현: 댓글은 다 읽었어요. 정말 이상한 댓글은 알아서 걸러서 보고요. 주로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생각을 참고하려고 보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볼 때도 있고 안 볼 때도 있는데 작품에 들어가면 무조건 봐요.
Q. 궁금해서 보는 거예요 아니면 피드백을 위해서 보기 싫어도 보는 편이에요?
김소현: 둘 다에요. 그래서 누구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거예요, 제가 제 의지대로 보는 거니까.(웃음) 어쩔 수 없이 궁금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까. 제가 모르는 부분이 댓글 안에는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연예인 김소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아요?
김소현: 궁금하긴 한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죠. 저의 모든 걸 보여드린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대중이나 팬 분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와 실제 제가 갖고 있는 모습이 달랐을 때 실망스러워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끔 찾아보기도 하는데 좋은 쪽의 얘기가 많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Q.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당신의 모습 가운데 당신이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김소현: 저에 대해서요? (잠시 침묵) 저는 그냥, 정말, 평범한, 열아홉 살의 사람인 것 같아요. 평범한 고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요.
Q. 요즘 고민은 뭔데요?
김소현: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가 고민이에요.
Q. 평범한 고민은 아닌 것 같은데….
김소현: 하하하. 네. 그렇죠. 제 분야에 있어서는 평범한 고민이에요.
Q. 10년 넘게 연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돼요?
김소현: ‘내가 연기를 할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고요, ‘나 왜 연기를 이렇게밖에 못하지?’하는 아쉬움이 커져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그래요. 부족한 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부족함을 어떻게 채우고 풀어가고 고쳐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Q. 조언은 누구에게 얻어요?
김소현: 일단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요. 엄마가 저를 굉장히 객관적으로 보세요. 어떤 네티즌보다 무서운 사람이 엄마에요.(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선배님들에게도 많이 여쭤보고 얘기를 많이 들어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가장 도움이 된 조언은 뭐예요?
김소현: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 연기자가 배움에 있어서 초심을 잃으면, ‘난 이미 잘해. 난 충분히 할 수 있어. 배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성장은 거기에서 끝난다는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항상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얘기가 됐어요. 되게 어렸을 때, 거의 초등학생 때 들었던 얘기에요.
Q. 어른이 많은 환경에서 일을 하니까 연기 외적으로도 조언을 많이 들을 거예요. 이를 테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말 많은 말들을 쏟아낼 텐데요.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가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편이에요, 아니면 인생은 직접 경험해보자는 주의에요?
김소현: 어릴 때에는 헤쳐 나가야 할 일이 거의 없어서 그냥 어른들의 조언을 들었어요. 지금도 조언은 물론 귀담아 듣지만 제 주관 하나는 뚜렷하게 갖고 있는 편이에요. 결과가 실패가 되던 성공이 되던 제가 느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Q. 내년이면 20대가 돼요. 기분이 어때요.
김소현: 어릴 때는 ‘내가 커서 고등학생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되게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까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무섭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만큼 하나하나 부딪혀 가면서 제가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Q. 어른이 되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당신 몫으로 돌아가요. 전자에 대한 기대와 후대에 대한 두려움 중 무엇이 더 큰가요.
김소현: 지금은 기대가 큰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걱정되고 부담도 있지만 ‘내가 좀 더 제대로 된 시작을 해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큽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Q.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독립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김소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요. 그런데 (부모님은) 정말 안 좋아하실 것 같아요. 헤헤. 빨리 하고 싶지는 않고, 제가 저를 케어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하고 싶어요.
Q. 왜 하고 싶어요, 독립은?
김소현: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잖아요. 바깥 생활을 또래보다 못 해봤고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거든요. 제가 직접 부딪혀나가는 것보다 주변에서 도움을 얻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이 제게는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해요. 성인이 되면 어려움을 겪고 싶다는. (일동 탄식) 하하하. 어려운 일에 부딪히고 고비를 겪고, 그래야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또 그래야, 연기적으로도 더 깊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연예계에 일찍 발을 들인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평범한 생활을 포기해야 했다는 거예요. 반대로, 평범한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지만 당신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가장 좋은 건 뭔가요.
김소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요.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를 사랑해주고 함께 해주는 팬 분들이 생긴다는 게 가장 감사하고 좋아요. 사실 저는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 적이 없거든요. 가족 성향이 다들 그래요.(웃음) 그래서 팬 분들이 더욱 크게 보이고 더욱 대단하게 느껴져요.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누군가를 함께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게, 어렵고도 감사한 일이에요.
Q. 열아홉 살의 김소현으로 산다는 건 어떤가요. 게다가 지금은, 소속사 재계약 문제도 앞두고 있는데.
김소현: 어려워요. 지금 시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소속사… 하하. 소속사 문제는 사실 제게 큰 어려움은 아니에요.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기 전에 ‘군주’를 마쳤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에 대한 고민이 커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거든요. 쓸 데 없는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고. 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건 좀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Q. 생각을 내려놓고는 싶지만 힘듦은 겪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김소현: 그러니까, 이래서 제가 어려운 것 같아요.(일동웃음) 생각이 끝이 없어요.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겠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마음이) 정리될 거라고 믿어요. 지금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니까 가능한 것 같고요. 내가 이런데 어떻게 하겠어요. 헤헤.
Q. 생각이 많은 와중에도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겠죠?
김소현: ‘몽숙이’(김소현의 반려견)요. 저의 유일한 휴식이에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 가족도 있고 촬영장에서도 항상 좋은 분들을 만나요. 그분들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좋아요. 덕분에 저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고요. 좋은 분들에게서 받는 사랑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