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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종영②] '죽사남'에 없는 세 가지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는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고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백작으로 분한 최민수가 과장된 연기로 쉴 새 없이 웃음을 안기고, 친딸 이지영A 역의 강예원이 치사랑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은 전했으며, 최종회 마지막 5분 동안 그려진 반전의 조난기는 당혹스러울만큼 놀라웠다. 하지만 ‘죽어야 사는 남자’가 갖추지 못한 세 가지 미덕이 있다.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아내와 어머니가 없다.
재산을 지킬 목적으로 딸을 찾는 백작(최민수 분)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상처 많은 삶을 살았던 이지영A(강예원 분)에게 애당초 부녀 사이의 정 같은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이지영B(이소연 분)가 가짜 딸임을 알면서도 눈 감으려 했던 백작이나, 백작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주먹부터 나간 이지영A가 마음을 돌린 데에는 백작의 아내이자 이지영A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아내/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애정을 확인하며 거리를 좁혀 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어머니의 목소리는 작품에서 지워졌다. 다만 몇 번의 회상 장면에 순정을 가진 여인이자 헌신적인 어머니로 묘사될 뿐이었다. 이것은 가족애의 회복이 아내/어머니의 전통적 역할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을 연출한 고동선 PD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최근 공동체에 실망하고 그것을 무가치하게 느끼는 일이 많은데, 백작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 과정을 전개하는 방식은 고루했다.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염치가 없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신성록이 연기한 강호림은 ‘철부지 연하 남편’으로 묘사된다. 직장에서 무능함의 아이콘으로 꼽히지만 그것을 타파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친구이자 상사의 ‘친정 빽’을 부러워하며 혈혈단신인 아내 이지영A을 은근히 무시한다.

더욱 나쁜 것은 강호림의 ‘외도’ 역시 철 없는 행동의 일부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외도 경험은 “딱한 번이었고 처음”이었던 데다가 “먹다 버린 껌 취급하는 나쁜 년한테 놀아났다”고 작품은 호소하지만, 말은 바로 하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외도 상대에게 애걸한 사람은 이지영 B가 아닌 강호림이었다. ‘철부지’라고? 강호림은 유책 배우자가 될 수도 있었다. 작품이 강호림의 외도를 대하는 태도는 KBS1 ‘사랑과 전쟁’에 나갈 사연을 KBS2 ‘안녕하세요’에 내보낸 것과 다름 없다.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존중이 없다
백작이 살던 나라는 중동의 석유 국가 ‘보두안티아 왕국’이다. 제작진은 ‘중동’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히잡, 코란 등 이슬람 문화권을 상징하는 소재를 아낌없이 끌어오면서도 정작 그것을 연출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히잡과 비키니를 동시에 착용한 여성을 등장시키고, 코란을 펴 높은 책상 위에 발을 올리는 모습을 포스터에 담은 행위는 무슬림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 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고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과했다. 맞다. 악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지가 면죄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따를 뿐, 실제 이슬람 문화를 들여다보거나 사유하지 않은 연출은 분명 방만했다. ‘죽어야 사는 남자’의 유쾌함이 마냥 시원하기만 하지 않았던 이유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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