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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명민이 말하는 ‘브이아이피’, 그리고 채이도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엠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엠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브이아이피’의 완성본을 처음 본 출연 배우들은 한 목소리로 “시나리오보다 훨씬 잘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순간 이를 들은 모두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떴을 것이다. 도대체 시나리오가 어땠기에.

이에 대한 배우 김명민의 설명을 듣고 나니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브이아이피’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경찰 채이도 역을 맡은 그는 시나리오 속에 담긴 박훈정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순간 앞뒤 재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

“‘브이아이피’는 확실한 사건 중심 영화예요. 어느 한 캐릭터라도 튀어서는 안 되고, 등장인물 네 명의 밸런스가 중요한 작품이죠. 플롯 구성이 기존의 누아르와는 좀 다른 참신한 면이 있어요. 이를테면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채이도지만, 막을 열고 닫는 것은 박재혁(장동건 분)이죠. 아무래도 시나리오는 글로 돼 있으니까 이런 흐름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박훈정 감독의 의도를 알게 된 후에는 토 달지 않고 하겠다고 했죠.”

사람들은 ‘브이아이피’개봉 전부터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재와 황정민이 보여 줬던 브로맨스를 기대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확인한 ‘브이아이피’는 반전 그 자체였다. 김명민의 말대로, 캐릭터보다는 ‘기획 귀순’이라는 신선한 소재의 힘이 큰 영화였다. 김명민을 비롯해 장동건, 박희순, 이종석 등의 주요 캐릭터들이 좀처럼 한 장면 안에 모이지 않지만 김명민이 맡은 채이도만은 모든 캐릭터와 한 번씩 맞붙었다.

“다른 인물들과 각기 다른 장면에서 만난다고 해서 따로 임팩트를 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상대 배우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됐죠. 서로의 연기 톤을 기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리대범(박희순 분)과는 그가 가진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직면해야 했고, 박재혁과 만날 때에는 제가 하는 일을 전부 방해하니까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고, 김광일(이종석 분)을 볼 때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으니 분노했죠.”

사실 채이도는 한국 범죄물에서 으레 등장하는 폭력 형사다. 수많은 견본이 있는 탓에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도 처음에는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캐릭터의 차별화를 위해 박훈정 감독과 함께 연기의 강약 조절에 힘을 썼다고 말했다.

(사진=엠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엠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쉽지 않았죠. 초반에는 무미건조하게 가 보자고 했었어요. 촬영이 진행되고 박훈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톤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어요. ‘채이도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등의 디테일한 설정도 넣었다 뺐다, 고민을 많이 했죠.(웃음) 사건 중심의 영화기 때문에 캐릭터가 너무 드러나서는 안되니까요. 대신에 인물의 전사(前史)를 생각했습니다. 모든 작품에서 그렇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돌아보는 찰나의 눈빛에도 무언가를 담아 표현하려면 사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커요.”

이처럼 사건을 전달하는 캐릭터에 충실했던 그는 현장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까마득한 후배 이종석에게는 연기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런 김명민은 극 중 자신을 보필했던 부하 역의 배우들까지도 살뜰히 챙겼다.

“캐릭터 간의 ‘케미’라 하면 제 부하들 열 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단역이나 조연으로 열심히 하던 친구들인데, 참 애정이 많이 가네요.”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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