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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25년, 서태지와 당신의 시간이 만날 때

▲가수 서태지(사진=서태지컴퍼니)
▲가수 서태지(사진=서태지컴퍼니)
나는 ‘서태지 세대’가 아니다. 서태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그가 은퇴를 선언했을 당시 팬들 사이에서 자살 소동 같은 것이 벌어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 기억은 그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입국하던 모습이다. 은퇴 발표 4년 여 만의 연예계 복귀. 나는 속으로 ‘저런 나쁜 놈’, 생각했더랬다.

“4집 때가 여러분들과 가장 행복하고 화려하게 활동했던 시간 같아요.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있지만…. 4집 활동 이후로 제가 이별을 고한 순간이 있었죠. 그 때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노래로 만들었는데, 아직까지도 감히 여러분 앞에서 한 번도 부른 적이 없네요. 오늘은 이 자리를 빌려서 여러분께 내 마음을 전합니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25주년 기념 공연. ‘필승’을 시원하게 불러 젖힌 서태지가 조심조심 말을 꺼냈다. 이어진 노래는 ‘굿바이’. “지나간 일을 난 오늘 생각해봤지. 내겐 아름다웠던 기억들만 생각나…” 3만 5000여 명의 관객들 사이에서 하나 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공연장 전체가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장관이었다.

▲가수 서태지(사진=서태지컴퍼니)
▲가수 서태지(사진=서태지컴퍼니)

시간 속에서, 나는 늘 서태지에게 뒤쳐져 있었다. ‘교실이데아’, ‘하여가’, ‘컴백홈’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노래들은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해 뒤늦게 학습했고, 록 음악을 좋아하던 혈육의 책상 서랍장에서 그의 7집 음반을 발견하고 꺼내 들었을 때 서태지는 공백을 보내고 있었다.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야금야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음악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는 서태지를 아는 세대에서 서태지를 모르는 세대에게로 넘어갔다. 음악보다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로 서태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더 많을 졌을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서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은 과거의 서태지가 얼마나 높은 명성을 지녔는지 혹은 한국 가요계의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 나열하고 설명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무대 위의 서태지를 보면서 설명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과거의 서태지로 지금의 서태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그리고 바보 같이 느껴졌다.

▲가수 서태지와 그룹 방탄소년단
▲가수 서태지와 그룹 방탄소년단

‘내 모든 것’으로 시작된 공연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난 알아요’, ‘이 밤이 깊어 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 홈’ 등 8곡의 무대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따로 또 같이 등장해 서태지와 컬래버레이션했다. 서태지의 골수팬들이 몰려 있는 그라운드 석에서는 관객들의 헤드뱅잉이 물결처럼 넘실댔고 2, 3층의 객석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팬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앳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굿바이’를 마지막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무대를 마친 그는 ‘테이크 원(Take One)’으로 서태지의 시대를 열어 젖혔다. 우주적이고 거대한 사운드에 혼을 빼앗겼을 즈음 ‘테이크 투(Take Two)’의 흥겨운 베이스 연주가 들렸다. ‘울트라매니아’, ‘탱크’, ‘오렌지’, ‘인터넷전쟁’, ‘로보트’ 등 록과 록과 록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맹렬한 기세로 드럼이 돌진하면 기타 속주가 날카롭게 맞섰다. 키보드 앞에 앉은 닥스킴은 거의 춤을 추듯이 연주를 했다. 무대와 객석의 열기는 불길만큼이나 사납게 타올랐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 ‘시대유감’ 연주를 마친 밴드 멤버들이 전자 기타를 내려놓고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 들었다. ‘10월 4일’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서태지의 미성이 달콤하게 무대를 감쌌다. 그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달라졌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한 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여기, 서태지가 있고, 그의 음악은 충분히 아름답다. 서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지금의 서태지뿐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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