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드라마 ‘투깝스’가 조정석을 위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MBC 새 월화드라마 ‘투깝스’가 27일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앞서 예고된 대로 주인공 차동탁 역의 조정석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차동탁의 아픔, 차동탁의 신념, 차동탁의 정의, 차동탁의 액션, 차동탁의 로맨스, 차동탁의 빙의…. 위기의 순간을 만드는 것도 차동탁이요, 그것을 헤쳐 나가는 것도 차동탁의 몫이었다.
작품이 그려내는 조정석은 ‘사기캐’에 가깝다. 차동탁의 신체적 능력(태권도 유도 합기도 복싱… 기본이 20단이란다)에 사기꾼 차동탁이 지닌 명석한 두뇌 그리고 천부적인 유혹의 기술을 두루 갖췄다. 게다가 두 사람을 관통하는 뜨거운 의리와 정의감, 그리고 의외의 따뜻함이 더해지면, 마초와 바람둥이를 오가지만 알고 보면 순정 있고 사연 있는 남주인공이 완성된다.
이미 숱하게 지적된 바와 같이, 차동탁과 공수찬 모두 형사와 사기꾼의 전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영혼을 하나의 신체에 넣는다는 발상이나 조항준(김민종 분)을 중심으로 한 둘의 기묘한 인연 역시 새로울 것 없는 설정이다. 처음부터 신선함으로 어필하려고 했던 작품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투깝스’의 이야기는 통속적인 인물과 설정으로 범벅돼 있다.

다만 이것이 의도된 클리셰처럼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투깝스’는 이야기의 힘이 아닌 배우의 개인기에 승부수를 거는 작품이다. 익숙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를 쉽게 빨아들이고 배우의 매력을 부각시켜 흥행의 원동력을 얻는다. 클리셰적인 장치조차 조정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능하고 있다.
작품은 조정석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는 대신 익숙한 매력을 모으는 데 주력한다. 조항준의 유족을 살뜰히 보살피며 정의를 향해 직진하는 차동탁의 모습은 ‘더킹투하츠’의 은시경과 닮았고, 공수찬이 빙의된 모습을 통해서는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의 능청을 재현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조정석 연기 종합 선물세트. 흥행을 생각한다면 이만한 지름길이 없어 보인다.
지금 조정석의 어깨는 무겁다. 드라마 남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온갖 매력을 ‘몰빵’ 받은 대신 판타지, 액션, 로맨틱, 드라마 등 온갖 장르를 오가며 흐름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1인 2역을 연기하느라 몸이 너무 고단하다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얻는 건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