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다.
‘20세기 소년소녀’는 35년 지기 세 여자가 사랑과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배우 한예슬의 원톱 주연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으나 MBC 총 파업 여파로 인해 방영 일자가 미뤄지고 편성 시간이 변동되는 등 숱한 암초를 만났다.
첫 방송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9월 25일 방송을 시작해야 했으나 두 차례 일정을 미룬 끝에 10월 9일 전파를 타게 됐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총파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브라운관에 당도했건만 첫 방송 다음날인 10월 10일에는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생중계로 인해 결방했다. 제작진은 첫 날 4회 분량을 연속 편성해 시청자 잡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3-4%를 오가는 시청률로 아슬아슬한 출발을 알렸다.
‘20세기 소년소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경쟁작 KBS2 ‘마녀의 법정’은 큰 폭으로 시청률을 높여 동시간대 1위 기반을 닦았다. 떠나간 시청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4%대로 시작한 ‘20세기 소년소녀’의 시청률은 1.8%까지 곤두박질쳤다.
MBC의 변칙 편성도 부진에 한몫했다. 예정대로라면 ‘20세기 소년소녀’가 28일 종영하고 후속작이 12월 4일 방송을 시작하는 순서였지만, MBC는 후속작 ‘투깝스’의 첫 방송 날짜를 11월 27일로 확정했다. 덕분에 ‘20세기 소년소녀’의 마지막 4회 방송분은 편성 시간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월, 화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한 지붕 두 월화극. 웃기지만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자극적인 사건이나 갈등보다는 인물간의 관계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새롭거나 극적이지 않아도 순하고 삼삼했다. 신선함에 매몰돼 무리수를 남발하는 몇몇 드라마에 귀감이 될 수도 있었다. 편성 변경이 없었다면 작품은 성공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못 다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직 ‘최저 시청률’로만 시끄러웠던 ‘20세기 소년소녀’의 조용한 종영에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