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많은 배우들이 드라나 혹은 영화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고,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인생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생활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캐릭터를 빛내는 연기로 인정 받은 배우들이 있다.
'리멤버'에서 남궁민은 사이코패스 남규만 역을 맡았다. 그는 분노조절장애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쉽게 흥분하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섬뜩할 정도로 악역 연기를 잘한다고 대중에게 사랑 받았고 연기력까지 인정을 받았다. 남궁민은 남규만이란 역을 맡았을 때 사소한 일에도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보이스'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 역을 맡은 김재욱. 그는 굵고 나직한 목소리만으로 잔혹한 살인마의 면모를 그려냈다. 살인을 저지른 뒤 보이는 웃음은 단순한 살인마가 아닌 병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후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재욱은 '인생술집'에 출연해 모태구 역에 대해 "연쇄 살인마 역할이라 사람을 계속 죽여야 했고, 힘들었다"라며 "촬영장에 가면 기분이 평소보다 내려가 있더라. 끝나고도 안 올라왔다. 촬영을 벗어나서도 감정이 남아있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갑동이'에서 이준은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인 류태오 역을 맡았다. 류태오는 겉보기엔 평범한 사람이지만, 실상은 살인마 갑동이를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하며 그의 살인을 따라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이준은 평범한 사람과 사이코패스를 오가며 부드러운 미소와 동시에 때로는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소름 끼치는 미소로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준은 류태오 역을 연기하기 전 "유튜브에서 실제 정신이상자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다"며 류태오 캐릭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렸다.
'나쁜 녀석들'의 박해진도 사이코패스 이정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극 중 15명을 죽인 연쇄 살인범이자 사이코패스인 이정문으로 분한 박해진은 당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죽은 강아지를 앞에 두고 슬프다고 말하면서 입은 웃고 있는 섬뜩한 모습,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자신의 살인을 부정하면서 목을 조르며 보인 광기 어린 표정으로 공포감을 자아냈다. 극중 한 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은 박해진의 분위기도 사이코패스를 표현하는데 있어 더욱 몰입감을 높였다. 박해진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정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제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답했다.
사이코패스 캐릭터는 감정의 극단적인 기복 뿐만 아니라 감정을 배제한 듯 태연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때때로 경직되는 입과 눈, 흔들리는 동공만으로 감정을 표출해야된다. 이런 연기를 할 때 비로소 배우들의 진가가 드러난다. 사이코패스 연기는 육체, 정신, 감정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면, 배우 역시 '인생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