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그 마음이 하루 갈지 천 년 갈지 생각하지 마. 마음이 천 년 갈 준비돼 있어도 몸이 못 따라주는 게 인간이야."
지난달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이은정(전여빈)이 이소민(이주빈)에게 소민의 매니저 이민준(김명준)을 향한 마음을 더는 외면하지 말라는 뜻으로 건넨 말이다. 은정의 말을 들은 소민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민준을 향해 달려갔다.
최근 이주빈이 서울시 동작구 비즈엔터를 찾았다. 그는 멜로가 체질' 속 도도하지만 엉뚱하고 발랄한 4차원 '이소민'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보이다가도 작품과 캐릭터 얘기를 할 때는 꽤 진지하고 차분했다. 이주빈은 소민이 민준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오직 '연기'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배우였다.
'멜로가 체질'은 30세 여성들의 일과 사랑,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로맨틱한 이야기들이 비단 여성들뿐만 아니라 30대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주빈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소민'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병헌 감독님 영화도 좋아했고, 그 대본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게 기뻤어요. 이소민과 황한주 두 가지 역을 준비했는데, 소민에게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14쪽 분량의 대본을 달달 외우고, 소민처럼 화려하게 하고 갔죠. 캐스팅 디렉터가 '소민을 하고 싶으시구나. 한주는 안 봐도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더라고요."
극 중 이소민은 '마이웨이 여배우'다. 까다롭고 도도하고 가식적인 미소도 보여준다.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은 이소민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이주빈은 모든 공을 이병헌 감독과 상대역이었던 김명준, 전여빈에게 돌렸다.
"이병헌 감독님이 워낙 전작에서부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렸잖아요.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요. 감독님의 글과 현장에서 보여준 재미있는 디렉팅 덕분에 이소민이 더 사랑스럽게 보인 것 같아요. 또 방송 모니터를 하는데 은정이나 민준이가 소민이를 워낙 예쁘게 바라봐주더라고요. 두 배우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이소민'과 이주빈은 나이도 같았고, 여자 배우라는 점도 같았다. 공통점이 있어 연기하는데 더 편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주빈은 이소민이란 캐릭터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소민은 한때 잘 나갔다가 내리막길을 걷는 배우고, 전 아직 잘 나간 적이 없어요. 하하. 소민은 마음을 비우는 방법도 알고, 적당히 자신을 포장할 줄도 아는 영리한 친구인데 전 아직 그 정도의 여유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이소민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 중 이소민은 '여자, 사람, 배우'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었다. 극 중 서 이 다큐멘터리는 이소민의 진솔한 매력과 매니저와 결혼 전 열애를 담고 있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이주빈을 주인공으로 '여자, 사람, 배우'를 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재미없어서 안 될 걸요. 하하. 소민이처럼 썰매장도 가고, 오락실도 가고 재미있게 지내야 하는데 작품이 없을 땐 정말 평범한 일상을 보내요. 그나마 방 탈출 게임을 즐기는 정도? 아니면 드라마를 즐겨 봐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왓 / 이프'를 재미있게 봤어요. 주연인 르네 젤위거처럼 멋있게 나이 들어 야망 넘치는 여성을 한번 연기해보고 싶어요."
이주빈은 10대 때 연예인이 되고 싶어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고, 대학생 시절에는 모델을 하며 돈을 벌었다. 연기에 흥미가 생긴 건 온라인 광고를 촬영하면서부터다. 그 후 이주빈의 마음은 '연기'로 가득 찼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절실했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
"처음에는 대본과 캐릭터, 연기에만 집중했는데 연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거든요.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이주빈은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을 시작으로 KBS '하나뿐인 내 편', OCN '트랩', '멜로가 체질'까지 2년 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멜로가 체질' 종영 후에는 KBS2 월화드라마 '조선 로코-녹두전'으로 시청자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대중의 마음속에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있는 이주빈에게 이르지만, 올해 마지막 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가족들이 미국에 있어요. 못 본 지 오래됐는데,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함께 연말을 보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보다 더 바빴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촬영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거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