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강하늘 기자]
23일 방송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대전역을 둘러싼 원도심 대전의 오래된 동네에 뿌리내린 사람들을 찾아 떠난다.
대전의 옛 중심가 골목을 걷던 배우 김영철, 솔솔 풍기는 고기 냄새에 이끌려 한 가게로 들어간다. 코끝을 자극한 냄새의 범인은 연탄불 돼지 석쇠 구이. 특제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불 맛 장인의 솜씨로 구워내자 군침이 돈다. 50년 세월, 연탄불 앞을 지키고 있는 주인장은 딸 여섯을 키우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애를 업어가며 일을 했단다. 오랜 세월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킨 주인장이 있어, 대를 이어오는 손님들도 다반사. 소박하지만 열심히 살아왔다는 뿌듯함과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어머니는 오늘도 연탄불 앞에서 고기를 굽는다.
대전역 인근, 진한 한약 냄새가 풍기는 한약방 골목. 배우 김영철은 ‘약 방앗간’이라는 생소한 간판을 발견하고 가게로 들어선다. 얼핏 평범한 방앗간처럼 보이는 이곳은 쑥, 여주, 아로니아 등 천연 약재를 빻아서 반죽해 동그란 환으로 만드는 말 그대로 약 방앗간. 6.25 전쟁 직후, 대전역 주변에 시장이 형성되고 충청권 일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한의원들이 들어섰고, 그를 따라 약 방앗간들도 생겨났단다.
대전에는 특별한 방앗간만큼, 특별한 떡도 있다. 주택가, 한 집에서 며느리, 손녀와 함께 60년 가까이 떡을 빚고 계신 어머니를 만난 배우 김영철. 일일이 손질한 잣, 대추 등을 한 땀 한 땀 꽃 자수를 놓듯 고명으로 올리는 떡 ‘각색편’을 보며 어느 명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공과 정성을 느낀다.
주택가를 벗어나 원도심의 중심에 있는 옛 충남도청사로 걸음을 옮긴다. 오래된 창틀부터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닳은 대리석 계단까지 옛 청사는 예전 그대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32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곳은 아픈 역사와 함께 대전의 태동과 번영을 함께 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근현대 건축물로 손꼽힌다.
오래된 주택가를 걷던 배우 김영철은 담벼락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어머니를 만난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어머니가 나이 일흔넷에 찾은 꿈. 네 살 되던 해 한국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마찬가지로 전쟁고아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어머니. 4남매를 낳고 하루에 세 집을 돌며 파출부 일을 할 만큼 남들보다 몇 곱절 더 열심히 살며 자식들을 키웠단다. 4개월 전 우연히 크레용을 쥐면서 그림을 그릴 때 유난히 즐거웠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 어머니. 이젠 매일 그림을 그리며 모질었던 세월에 대한 위로를 받고, 남은 인생의 기쁨을 채우고 있다.
번화가의 좁은 골목 끝에 있는 두부두루치기 집을 발견한 배우 김영철. 묵직한 세월을 풍기는 가게를 들어서자 구수한 사투리에 넉살 좋은 주인장이 반긴다. 친정엄마에게 물려받아 55년째 두부두루치기를 만들고 있는 어머니는 엄마가 알려 주신 그 방법 그대로 작은 것 하나 바꾸지 않고 맛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로변을 걷다 요란한 쇳소리에 걸음을 멈춘 배우 김영철. 오래된 공장을 들어서자, 팔순을 훌쩍 넘긴 어르신이 칼을 갈고 있다. 칼자루에는 대전과 함께 어르신의 이름 석 자, 그리고 어르신의 나이를 대신하는 쥐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곳의 칼은 나무로 손잡이를 만들어 가볍고, 날을 한쪽만 갈아 잘 드는 것이 특징.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칼갈이부터 시작해 좀 더 단단한 칼을 만들고자 한평생 칼에 인생을 걸었다는데. 오직 한길만 걷는 어르신의 뚝심은 아들에게로 전해지고, 또 그 아들의 아들까지 이어져 지금은 3대가 칼을 만들고 있다.
도심 중심부로 걸음을 옮기던 배우 김영철은 추억의 올드카, 포니를 만난다. 손으로 돌려야 열리는 수동 창문, 열쇠로 잠글 수 있는 주유구. 추억 속 올드카는 19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올드카를 타고 나들이를 갔던 추억이 떠오른 배우 김영철. 잠시 올드카를 얻어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