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활성화로 내 손 안에 TV가 있는 시대다. 비즈엔터는 약 5억 개의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 높은 취향별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왓챠플레이와 볼 것이 너무나도 많은 시대, 놓치면 아쉬운 명작들을 함께 추천해 본다.

프랑스 영화는 익숙하지만, 프랑스 드라마는 생소하다. 저마다 마음 속에 담은 프랑스 영화 한두 개는 있지만, 프랑스 드라마는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국내 드라마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프랑스 드라마가 나타났다. 왓챠플레이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스트리밍 되고 있는 '스캄 프랑스(SKAM FRANCE)'다.
'스캄 프랑스'는 노르웨이의 TV 드라마 '스캄'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버전 중 하나다. 2015년 노르웨이 방송국 NRK에서 첫 방영된 '스캄'은 오슬로 서부의 한 기숙 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 10대들이 사랑과 우정, 갈등과 화해 속에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10억원 남짓한 제작비로 만든 저예산 드라마가 현재 미국,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등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큰 성공을 이뤘다.
'스캄 프랑스'는 '스캄'의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 중에서도 원작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작이 구축한 '스캄'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세계관을 탄탄히 가져가면서, 여기에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각색과 배우들의 뛰어난 비주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 비주얼, 또 비주얼
'스캄 프랑스'가 국내에서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배우들의 빛나는 외모 때문이었다. 특히 시즌 3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악셀 오히앙과 막상스 다네-포벨이 지나치게 잘생겼다는 것이 '스캄 프랑스' 입소문의 시작이었다.

'스캄 프랑스' 시즌 3는 오리지널 '스캄'과 다르게 스토리를 프랑스식으로 더 세련되게 각색하고, 연출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시즌제 드라마지만 각각의 시즌이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독립적으로 봐도 무방한 구성이었기에 '스캄 프랑스'를 시즌1이 아닌 시즌3부터 시작하는 드라마 팬들도 많았다.
'스캄 프랑스'의 비주얼은 단지 배우들의 외모에만 기대지 않는다. 배우들을 최대로 활용하는 세련된 영상미는 드라마 중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뤼카와 엘리옷이 벽에 페인트칠을 하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몇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다. 또 다인종 국가인 프랑스답게 백인, 흑인, 아랍 등 인물들의 다양성 역시 서사뿐만 아니라 비주얼의 다채로움을 높여준다.

◆ 현실? 드라마? 리얼한 인물 설정
'스캄 프랑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유튜브 개인 채널을 개설해 영상을 올린다. 그래서 마치 내 주변에 실재로 있는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등장 인물들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개인 채널에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일상의 소소한 단면들이 업로드 된다. 시즌 3의 주인공 뤼카의 계정에는 익살스러운 장면이나 연인 엘리옷과의 다정한 모습이 그대로 올라오고, 연인 엘리옷의 계정에는 그의 시크한 성격이 느껴지는 드로잉 작품이나 악보, 그림 등이 공개된다.

드라마에서 진행되는 스토리에 따라 인스타그램 계정의 내용 역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재밌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진행됨에 따라 무미건조했던 엘리옷의 인스타그램에도 연인, 친구와 함께 찍은 훈훈한 사진들이 올라오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이 둘이 실제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존 인물처럼 느껴진다.

◆ 젊은세대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성
'스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성장의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혼란과 방황의 여러 단면들을 적절하게 포착해 조명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어 ‘skam’은 부끄러움을 뜻하는 영어 ‘shame’과 같은 어원을 두고 있다. 단순한 부끄러움과 수치의 감정을 넘어, 감추고 덮고 피하고 싶은 정서를 포괄하는 의미다.
이 드라마는 성정체성, 종교, 여성인권, 친구나 연인과의 갈등, 따돌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어떤 맥락의 주제이든 이를 관통하는 핵심 정서가 바로 'skam'이다. 10대들 누구나 겪는 'skam'의 감정을 통해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고, 성장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재미가 아닌 위로와 응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캄 프랑스'는 10대들의 방황을 다루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적자(嫡子)'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스킨스'는 방황의 시기에 겪을 수 있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주목하고, '스캄 프랑스'는 그에 비해 훨씬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보편성을 바탕으로 '스캄'은 세계 각국의 10~20대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매 에피소드 기억에 남을 명대사, 명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스캄' 명대사를 SNS에 포스팅하는 게 유행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