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 본인이 다치지만 않았어도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줄 수 있었을 거라는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이 남은 노모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픈 다리를 갖게 되었지만 어머니만큼은 편하게 모시고 싶다는 효자 아들의 사연이 그려진다.
◆효자 덕봉 씨의 사모곡
시골 마을의 한 정자에서 노랫가락이 들려옵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사이좋은 모자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바로 마을에서 소문난 효자 덕봉(52) 씨와 그의 어머니 금예(85) 씨였습니다. 모자의 집을 따라가 보니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더욱이 고관절 골절 이후 거동이 어려운 엄마 금예 씨의 방은 높은 턱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해 보이는데요. 이런 노모를 모시는 덕봉 씨 역시 거동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덕봉 씨는 교통사고 이후 한쪽 다리의 길이가 짧고,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 탓에 항상 절뚝이며 걷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식수를 길어오고, 불을 땔 나무를 해오는 이유는 오로지 어머니를 위함인데요. 눈 감는 날까지 조금이라도 어머니가 편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을 대표 효자 덕봉 씨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제 생활은 오롯이 어머니께 맞춰져 있어요...”
15년 전, 덕봉 씨는 교통사고가 크게 난 이후 다리에 마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재활에 성공했고, 절뚝이긴 하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덕봉 씨는 온전치 않은 몸이지만 쉴 수 없었습니다. 거동이 힘든 어머니를 대신해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나무를 하러 가야 하고, 상수도에 문제가 생겨 식수를 길어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더욱이 마당에서 식사 준비를 해야 하기에 늘 집안과 마당을 오가는 덕봉 씨의 다리는 쉴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당에서 열심히 구운 임연수 한 마리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어머니를 보면 모든 피곤이 가시는 아들입니다. 오늘도 덕봉 씨는 아픈 다리를 붙잡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애써 고통을 참아 봅니다.
◆“엄마가 다 해줘야 하는데 미안해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집 뒤에 있는 작은 텃밭에 나가 밭을 가꾸던 금예 씨. 그러다가 별안간 통증을 느끼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고관절이 골절되고, 금속 관절을 넣는 수술까지 마쳤지만 금예 씨의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밭에서 넘어진 이후 여태까지 제대로 걷지 못하고 결국 마당 한 켠에 있는 화장실도 가기 힘든 몸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방 안에 간이 변기를 놓고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 뒤처리는 오로지 하나뿐인 아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준비부터 청소, 그리고 머리 감는 일까지 아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데요. 이마저도 힘들 때는 수건을 물에 적셔 몸을 대충 슥슥 닦는 것으로 대신하곤 합니다. 본인이 다친 후부터 아픈 아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마음 아픈 금예 씨는, 조금이나마 아들이 편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세상천지에 이런 아들이 어디 있어요...”
고혈압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휠체어에 노모를 모시고 멀리 떨어진 보건소에 약을 타러 가는 덕봉 씨인데요. 코로나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 전까지만 해도 덕봉 씨와 어머니는 산책을 즐겨 하곤 했습니다. 덕봉 씨는 휠체어를 밀고, 그런 덕봉 씨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여느 모자보다도 더욱 애틋해 보이는데요. 오랜만에 나선 산책에 동네가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신기해하는 어머니를 보는 덕봉 씨의 마음은 아려옵니다. 모자의 산책길에 잠시 쉬었다 가는 정자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마치 서로를 향해 고생 많다고 토닥여주는 따뜻한 마음 같은데요. 앞으로도 이 모자의 노래가 희망의 빛이 되어 들려오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