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서는 하루가 지날수록 심해지는 치매 증상에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할머니와 그런 아내를 돌보며 홀로 고물과 파지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할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된다.
작은 시골 마을에 한 집이 눈에 뛴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잔뜩 쌓인 각종 고물과 파지 때문이다. 깨진 유리병과 녹슨 고철이 즐비해 있는 곳에 쭈그려 앉아, 장갑 없는 맨손으로 정신없이 고물을 정리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한두 개 모으던 고물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더니, 현재 대문을 넘어 차가 다니는 길까지 전부 채우고 말았다. 이렇게 자꾸만 쌓여가는 고물에 시청에서는 한 달 안에 전부 치우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할아버지는 기한 안에 이를 치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할아버지를 힘들게 하는 건 켜켜이 쌓인 고물뿐만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다. 할머니는 커피를 마시겠다며 전기 포트를 가스 불에 올려놓기도 하고, 자꾸만 집을 나가는가 하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하루라도 빨리 고물을 치워야 한다는 애타는 마음과, 점점 더 심해지는 아내의 치매 증상을 보며 근심이 더해진 할아버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할아버지는 눈을 뜨자마자 아픈 아내를 대신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거창한 요리는 할 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아내부터 챙긴다. 부실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할아버지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아픈 아내를 대신해 생계를 유지하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은, 파지와 고물을 주워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야 하나라도 더 주울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그동안 게으름 한 번 피우지 않고 성실한 생활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할아버지는 걱정이 많다. 작년에는 무거운 고물을 들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발가락 하나를 잃어야만 했고, 파지를 주울 때 트럭을 모는 할아버지의 면허증 기간 역시 올해까지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된 일이 점점 힘에 부친다.
남편이 폐지를 주우러 간 사이, 집에 홀로 있는 할머니가 별안간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받아 가스 불에 올려놓는다.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 다행히 옆에 있던 제작진의 도움으로 불은 급히 끌 수 있었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도 할머니는 자꾸만 동문서답을 한다. 할머니는 청력도 좋지 않아 뒤에서 울리는 차 소리를 못 들을 때가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적도 많다. 할아버지가 없으면 식사를 챙기는 것도, 세수하는 것도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아내가 행복한 기억만은 간직해주길 바랄 뿐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가난한 살림에, 모아둔 돈마저 없는 할아버지의 걱정은 모두 아내를 위한 것이다. 아내에게 약이라도 한 번 더 지어주고, 한 푼 두 푼 모아 저렴한 보청기라도 맞춰주고 싶다는 게 소원이라는 할아버지. 아내를 집에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해 한 번씩 옆자리에 태워 아내를 데리고 파지를 주우러 다니곤 한다.
그럴 때면, 집에서 미리 싸 온 찬밥에 김치로 차가운 벤치에서 한 끼를 해결하곤 한다. 아내를 계속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함이 가득하지만, 이제라도 남은 생을 아내를 위해 살고 싶다. 그저 아픈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하나, 둘 모으던 고물도 아내에게 해가 되기 전에 천천히 정리를 시작하는 할아버지이다. 하늘 아래 단 둘뿐인 부부에게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 다가오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