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서는 루게릭병으로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광국 씨와, 그런 남편을 자기 자신도 잊은 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송자 씨의 부부의 가슴 찡한 사연이 소개된다.
송자 씨(69)는 오늘도 밤새 잠들지 못하고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 주위를 맴돈다. 남편 광국 씨(74)는 루게릭병으로 27년째 투병 중이다. 점점 근육과 신경이 없어지는 루게릭병으로 광국 씨가 완전히 누워있게 된 것도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겼다. 지난 15년 동안 송자 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남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밤에 편히 잠들어 본 적이 없다. 병원에서 불면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도 처방받았었지만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응급상황에 일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어 약까지 끊었다. 사실 밤낮없는 정성에도 점점 상황이 더 나빠지는 광국 씨를 돌보는 송자 씨도 몸이 성치 않다. 고혈압, 당뇨, 디스크... 아픈 곳투성이지만 송자 씨의 신경은 온통 남편 광국 씨뿐이다.
남편 광국 씨는 건강관리를 잘하던 사람이었다. 몸에 좋다는 음식도 잘 챙겨 먹고 등산도 열심히 다니던 남편이 몹쓸 병으로 누워만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족 행사가 있으면 사회를 보고 노래도 부르던 광국 씨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한 루게릭병으로 광국 씨는 이제 더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나마 가능하던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일도 불가능해져서 이제는 눈 깜빡임만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광국 씨는 무엇인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는 입술을 꾹 깨문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여는 것조차 맘대로 되질 않으니 광국 씨 입술은 성할 틈이 없다. 이렇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광국 씨지만 언제나 깔끔한 모습이다. 모두 송자 씨의 정성스러운 관리 덕분이다. 광국 씨의 온몸 구석구석에는 송자 씨의 사랑을 담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송자 씨의 하루는 남편에게 맞춰져 있다. 송자 씨에게 허락된 한 두 시간의 외출마저도 남편을 위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곤 한다. 거기다 짧은 외출 중에도 활동 보조인의 전화 한 통에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송자 씨에게 자신을 챙기는 일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혹시 음식 냄새에 먹지 못하는 남편이 먹고 싶을까 좁은 방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그런 송자 씨에게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혈액검사에서 치매가 의심된다며 병원에 가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가지 못했다. 만에 하나 정말로 치매일까 걱정되는 마음에서였다. 송자 씨 자신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을 여러 번 겪은 송자 씨는 불안하다.
송자 씨와 광국 씨는 여행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던 부부였다.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송자 씨가 광국 씨에게 말을 걸자 금세 눈물을 보이는 광국 씨이다.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던 송자 씨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다정했던 부부의 과거를 증명하듯 송자 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답 없는 광국 씨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넨다. 얼핏 보기에는 일방적인 대화이지만 눈을 맞추는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서로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송자 씨의 바람은 오직 하나이다. 남편과 오래오래 살아가는 것. 불러도 대답 없는 남편이지만 그 존재가 송자 씨는 든든하기만 하다. 버티기 힘든 순간에도 송자 씨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