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공주 가축시장의 72시간을 전했다.
예부터 ‘소’는 농부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던 때가 있었고, 소를 판 목돈으로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소는 농부들의 오래된 동반자이자 집안의 전 재산이었다.


최근 한우농가는 대농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농가를 운영하거나 세대를 교체하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공장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농부들은 소 한 마리를 키워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후계농업경영인 송찬우(27) 씨는 소에게 맛있고 건강한 사료를 주기 위해 직접 사료를 먹어보며 끊임없이 공부한다. 시중에 파는 사료를 먹이면 몸은 훨씬 편하지만 시중 판매 사료 외에도 7가지 재료를 배합해 직접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인다.


늘어나는 한우 개체 수 덕분에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고령의 농민들을 대신해 소를 운송해주는 젊은 한우농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혁우 씨는 가축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새벽 2시에 출근해 소를 운송한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수백 킬로그램의 소를 싣고 내린다. 하루에 가장 많이 운송해 본 소는 25두.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새벽 출근만 5년째, 하루에 한 끼 챙겨 먹기도 바쁘지만 오늘도 그는 도로 위를 달린다.

소들에게 牛시장은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공주 가축시장은 소 ‘등급’이 잘 나오기로 유명해 언제나 전국 각지의 한우 농가, 육가공 상인들로 붐빈다. 7~9개월령의 송아지들은 새로운 주인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비육우(고기소)는 전국 각지에서 온 육가공 상인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경매장으로 나온 소 대부분은 자신의 운명을 아는 건지 트럭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몸부림을 친다. 약 1톤 무게의 소들에게 끌려다니는 축협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도축장에 보내는 농가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아무리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른 소’라고 하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8~10년 동안 매일 밥을 주고 키우던 소를 떠나보낼 때면 주인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