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방송되는 EBS '다큐 잇it-사라진 아이, 사라지지 않는 아픔’에서는 실종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멈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실종 가족들의 이야기다. 발달장애 실종부터, 수십 년째 아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장기 실종까지. 여전히 현재 진형으로 남아 있는 실종 아동 문제, 과연 남아 있는 가족들은 멈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온 세상은 눈으로 뒤덮였고 강은 꽁꽁 얼어버렸다. 이 모든 상황이 원망스러운 사람이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실종되어 현재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장준호 씨 어머니다. 발달장애인 준호 씨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둘레길 인근에서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는 중 실종됐다. 준호씨를 찾기 위해 민간수색대까지 나섰지만, 수색 초기에 발견한 족적과 점퍼 이외엔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수중수색은 궃은 날씨 탓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실종신고 당시부터 언론에 준호씨 실종이 보도되기까지, 아이를 잃은 엄마가 홀로 견뎌내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실종 당시 경황이 없어 실종 전단에 개인 번호를 적었던 것이 화근이 돼 수십 통의 장난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실종 보도 이후부터는 상상할 수 없는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장기실종 가족들은 수십 년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3개월 된 아들 진영이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박정문 씨도 24년째 아들을 찾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진영이를 찾아다니느라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결국 남은 두 아이를 보호소에 맡긴 채 서울역 노숙자 생활을 하며 아이를 찾아다녀야 했다.
32년째 딸을 기다리는 이자우씨도 마찬가지다. 이자우씨는 32년 전 딸 소희를 집 안에서 유괴당했다. 그날 이후 방송 출연은 물론 전국의 보육시설을 돌아다녔다. 보행기를 타던 소희는 어느덧 30대의 성인이 되었겠지만 아직 이자우 씨는 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찾지 못한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박정문 씨와 이자우 씨는 주변의 손가락질부터 허위제보까지 세상이 녹록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 장기실종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발달성 자폐장애 1급 아들을 두고 있는 최원정씨. 그는 준호씨 실종 일주일 전에 발달장애 아들을 잃어버렸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일 다니던 산책로로 산책하러 나갔던 아들이 귀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최원정 씨는 아들의 실종 직후 수색에 나선 경찰에게 “자폐 아이의 특성상 직진을 할 테니 직진 방향으로 수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인근 CCTV를 먼저 확인했다. 심지어 최원정씨는 CCTV를 확인하기 위해 구를 넘어갈 때마다 다시 실종 신고를 하고, 확인, 신고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원정 씨는 23시간 만에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지만 그날을 떠올리며 “장애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함께 조력해서 찾았으면 조금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