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초여름을 맞은 생생한 초록의 풍경속 산이 허락한 그대로 순하고 너그럽게 살아가는 덕유산 사람들의 소박한 산중진미를 만난다.

덕유산 자락, 통안골이라 부르는 산중 깊은 곳에 산비탈을 뛰어다니며 자라는 흑염소들이 있다. 650주 고추순을 다 뜯어먹을 만큼 말썽꾸러기인 흑염소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박계훈 씨. 산중 생활에 돌입한 지 어언 16년 차.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산악회 활동을 하며 산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던 박계훈 씨는 직장 생활을 그만둔 후 산으로 돌아왔다. 3년간의 산악 훈련 끝에 에베레스트 등반까지 이뤄낸 박계훈 씨. 도시에서 사는 동안 늘 흑염소의 자유로움이 부러우셨다고.


해발 1614m,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 이곳에 오르면 20년째 향적봉 대피소를 지키고 있는 산장지기 박봉진 씨를 만나볼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숙박은 중단된 상태지만 오가는 등산객들을 위한 작은 쉼터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홀로 대피소를 지키는 일은 고단하기만 하나 산중 맺은 인연으로 살아간다는 박봉진 씨.


물이 많은 덕유산의 구천동 계곡 옆 우뚝 솟은 집 하나가 눈에 띈다. 25년째 눈만 뜨면 산으로 간다는 김옥순 씨의 집이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아들 둘을 키웠다는 김옥순 씨. 그런 김옥순 씨의 삶의 지탱이 되어준 것이 바로 덕유산이 내어준 산나물이다. 고산지대에서만 자란다는 우산나물부터 고사리, 옻순 등 산이 내어준 나물들로 풍요로운 봄날, 눈물나는 인생, 넉넉하게 품어준 덕유산 덕분에 희망을 품고 살았다는 김옥순 씨가 차려낸 소박한 나물 밥상을 만난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경계에 자리잡았던 덕유산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던 소통의 길이었다. 덕유산 아래의 첫 동네로 불리는 거창 빙기실 마을은 무주와 거창을 오가던 산길에 옛 주막터가 남아 전해오는 곳이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음처럼 차갑다 해서 이름이 붙은 빙기실계곡은 길을 오가던 사람들에겐 땀을 식히는 쉼터였고, 마을사람들에겐 추억의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계곡에서 민물고기를 잡아오는 날은 그날이 잔치날. 솥에서 어탕이 끓을때면 아궁이불에는 꼬챙이에 끼운 산메기며, 중태를 구워 먹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