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인생의 험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경북 포항으로 떠난다.

오래된 주택가를 걷는데 옥상에서 무언가 작업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화살로 만들 대나무를 햇빛에 말리고 있다는데, 안에서는 남편이 화살을 만들고 있단다. ‘땅땅땅’ 뭔가를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는 화살촉을 다듬고 있는 남편이 있다. 열아홉 살 때부터 화살 만드는 일을 해온 김병욱 씨는 3년 전, 경북무형문화재 44호 지정된 전통 화살 장인. 스무 살 때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고 서로 첫눈에 반해 지금까지 함께 화살을 만들고 있다.
화살 만드는 일은 재료 구하기부터 만들기까지 노고가 많은 것에 비해 돈벌이가 안 돼 결혼 후 10년 만에 처음 고기를 사먹을 정도로 가난했다는데, 서로 힘을 합쳐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 시절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한지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언제나 한결같은 전통 화살 장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환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낯설게 자리한 재래시장의 유난히 눈을 끄는 파란색 건물의 카페에는 음료 메뉴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이 가득하다. 사진과 카페를 결합한 ‘포토 카페’를 주요 아이템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곳은 시계부터 머그컵, 마스크까지 원하는 어느 물건, 어디든 사진을 새겨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포토 라테’이다. 원하는 사진을 주인장에게 보내주면 크림이 올라간 음료 위에 그대로 올려주는 이색 메뉴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 카페를 차리기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는 청년 사장님은 언젠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일 동네를 꿈꾸며 이곳을 지키고 있다.

원도심의 상가 거리를 걷던 김영철은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표지가 붙은 복덕방을 발견한다. 낯선 표지의 이름은 바로 ‘우창동 마을신문사’. 아닌 게 아니라, 호기심에 들여다본 복덕방 안에는 분주하게 신문을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문화행사, 부동산 정보, 마을의 역사, 미담 등 우창동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결성된 ‘주민 기자단’은 올해로 벌써 4년째 신문을 발간 중이다. 이 주민 기자단의 목표는 마을 신문을 기쁜 소식으로 가득 채워 보다 행복한 동네를 만드는 것. 김영철 역시 그들의 기자 정신을 본받아 일일 기자로서 취재를 나선다.

일일 기자로 변신한 김영철은 6.25 전쟁 당시의 포항 전투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영규 어르신을 만나러 간다. 당시 인민군과의 전투가 벌어졌던 고개인 연화재는 포장도로로 바뀌어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르신에게는 그날의 일들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한 듯하다. 열아홉 살 어린 나이에 펜 대신 총을 쥐고 싸웠던 소년이 지켜낸 고향에는 그 어린 영웅들을 기리는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이 세워졌다. 김영철은 어르신을 따라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기억을 만나본다.

바쁘게 움직였던 다리를 잠시 쉬어갈 겸, 한적한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환호공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이 지역 최대 규모의 공원으로, 여러 가지 테마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공원의 언덕을 따라 올라가보니 뜻밖의 풍경이 펼쳐져 눈을 사로잡는다. 영일대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바라보며 포항의 푸른 바다를 잠시 감상해본다.
◆검은 돌장어로 울고 웃는 선장 부부
흥환리의 바닷가 마을을 걷다가 뱃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를 발견한다. 주로 싱싱한 돌장어를 잡는다는 이 배의 주인은 강창호 선장.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선장님은 선실에 있고, 함께 뱃일을 나갔던 아내만 뒷정리에 정신이 없다. 알고 보니 남편 강선장의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 재작년 통발 작업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친 남편. 그때부터 아내 한순자 씨는 남편의 배에 늘 함께 하고 있다. 전직 간호사였던 아내는 남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뱃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고 이후, 한동안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던 남편이 다시 배를 타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고맙다는 아내는 늘 남편의 곁을 지킨다. 불편한 몸이지만, 돌장어 잡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자부하는 남편, 실제 남편 강창호 씨가 잡아온 돌장어는 크기도 크고 맛도 좋기로 유명하다. 현재 이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서낭 부부를 따라 이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라는 돌장어 구이와 장어탕을 맛보며 부부의 우직한 마음을 만난다.

옛날 도 씨와 김 씨 두 가문이 합쳐진 곳이라 하여 이가(二家)리라 이름 붙여진 동네의 소나무 숲을 따라 걷다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멋진 전망대를 발견한다. 닻 모양을 형상화하여 ‘이가리 닻 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닻 모양의 끝이 독도를 향해 있어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만들어진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이 이 지역의 풍광에 반해 자주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이미 관광객들에게는 포항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바다의 경치를 만끽해본다.

해변을 걷던 김영철은 포항의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근처 곤륜산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찾아가는데. 해발 177m의 이 활공장은 고도가 높지 않음에도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어 청춘 남녀들의 ‘인생샷 성지’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곤륜산 활공장은 국내 최초로 바다 위를 날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라는데, 마침 패러글라이딩을 타러 온 최상혁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패러글라이딩 경력이 10년이 넘는다는 최상혁 씨는 고교 시절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하며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한때 시름에 빠졌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야구가 아닌 하늘을 나는 선수가 되어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데, 활공장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포항 바다에 이끌려 김영철도 호기롭게 인생 첫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