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방송되는 KBS2 '영상앨범 산'에서는 무르익는 계룡산의 가을을 배경으로 오랜 우정이 그리는 그림 같은 선율을 만나본다.
충청남도 공주시와 계룡시, 논산시, 대전광역시에 걸쳐 너른 자락을 펼친 계룡산 국립공원은 지리산 국립공원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산세가 닭 볏을 쓴 용을 닮았다는 뜻의 계룡산은 이름에서부터 영험한 기운이 가득하고, 풍수지리학적인 측면에서도 기가 센 곳으로 꼽힌다.
계룡산 한 자락을 품은 공주시는 백제의 수도이자 왕도였던 곳. 천 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흐르는 금강 줄기를 따라 가을이 찾아왔다. 백제시대는 물론 조선시대까지 지방행정의 중심지였던 공산성은 그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굳건함을 잃지 않고 있다. 공산성 주변 소나무 숲에는 우리네 삶과 닮은 소나무들이 굽었지만 꺾이지 않는 자태로 깊은 향기를 뿜어낸다. 눈길 닿는 곳마다 가을색이 선명해 자연스레 화첩을 꺼내 드는 박석신 화가. 종이 위에 청량한 가을 햇살이 가득 담긴다.
대부분 계룡산 갑사나 동학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행은 계룡산의 4대 사찰 중 하나인 신원사를 들머리로 삼았다. 계룡산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신원사에 들어서서 계룡산의 정기를 듬뿍 느껴본다. 보광원으로 길을 잡자, 어디선가 진짜 산신이라도 나타날 듯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는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하는 것도 잠시,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에 마음을 다잡고 두 다리에 힘을 준다.

다시 길에 오른 일행은 관음봉을 향해 부단히 걸음을 내디딘다. 계룡산 속살을 따라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마침내 해발 766m 관음봉 정상에 서니, 연천봉과 삼불봉의 암릉이 용이 날아오르는 듯 멋스럽게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