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되는 EBS '명의-섬을 지키는 의사들'에서는 의료사각지대의 실태와 단 한 명의 섬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울릉군 보건의료원의 24시간을 공개한다.
천혜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울릉도는 기상 상황이 변할 때마다 고립된 섬으로 변한다.게다가 육지까지 270km를 배를 타고 오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에 유일하게 섬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병원이 있다. 바로 울릉군 보건의료원이다. 의료원은 김영헌 의료원장과 13명의 공중보건의로 운영된다.
내과 진료실이 시끌벅적하다. 유난히 목소리가 큰 박준홍 공중보건의이다. 알약을 한 움큼 들고 내과를 찾은 80대 어르신 때문. 약물 복용법을 차분히 설명 드려보지만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겐 잘 들리지 않아 목청을 높여 알려 드리는 수밖에. 그런데, 의료원을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이 이렇게 보청기에 의존하는 고령자들! 그래서 그의 진료실 풍경도 시끌벅적하게 바뀌었다.
사실 연세 지긋한 어르신 환자 진료도 이곳에서 처음이라는 박준홍 공중보건의. 그는 내과 의사가 아닌 아이들을 보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공중보건의는 군 복무 기간인 3년 동안 의료취약지역에서 봉사하는 제도를 의미하는데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김영헌 원장을 제외하고 모든 진료를 공중보건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의 진료과는 총 9개 과목. 그러나 공중보건의들 대부분은 전공과목과 다른 진료과목을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공중보건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공중보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정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안과, 피부과 의사 등을 구하지 못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안과와 피부과를 보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형외과 공보의의 경우 전국에 지원자가 단 1명 뿐이라는 충격적인 사실. 점점 열악해져 가는 도서‧산간 지역의 의료 불균형 울릉도도 예외는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의료 현실 속에서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의 현실을 담아본다.
한 달 만에 아기 얼굴을 처음 봤다는 부부. 포항의료원의 도움으로 한 달에 한 번 산부인과 진료가 있는 날만 아기를 볼 수 있다. 울릉도에선 산부인과 의사도, 분만을 도울 의료진도 없어 6시간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지 않으면 아기를 낳을 수조차 없다. 특히 뱃멀미가 심한 임지연(가명)씨는 산소호흡기까지 달고 육지 병원을 찾을 정도로 힘겨운 출산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만삭인 그녀는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더 커지기만 한다. 8년 전까지만 해도 분만 시설에, 수술장까지 마련돼 있던 의료원이지만 이젠 먼지 쌓인 수술 장비만 덩그러니 남았다. 언제쯤 다시 분만실도, 수술장도 창고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사투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열악한 의료환경과 부족한 의료진 숫자지만 24시간 응급실을 고집하고 있다. 1일 1교대 공보의들이 당직을 서며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매일 크고 작은 외상 환자들이 이곳 응급실을 찾는데, 특히 응급 환자 80%는 관광객들이다. 간단한 약물치료와 열상 환자의 경우 응급실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생명을 다투는 위중한 질환의 경우 소방헬기와 군함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그런데 응급실에 2m 높이에서 추락해 뇌출혈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왔다. 우선 약물로 출혈을 멈춰 보지만 심장 박동이 불안정해지고 의식소실이 점점 진행되면서 생명까지 위독한 상황! 빠른 이송만이 환자를 살릴 유일한 길! 그런데 환자를 후송할 병원과 헬기를 구하기 쉽지 않다. 환자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지만, 발만 동동거리는 의료진들. 모두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데, 이때 같은 시각. 심근경색 환자까지 발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급 헬기 2대가 필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