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흥겨운 아리랑 장단에 맞춰 눈물겨운 인생 고갯길도 사뿐사뿐 웃으며 넘어왔을 이웃들을 찾아 경남 밀양으로 떠난다.

밀양강변의 절벽 위에 자리한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名樓)로 손꼽힌다. 조선 시대 밀양도호부의 객사 부속 건물로, 손님을 접대하거나 여흥을 즐기는데 쓰였으며, 누각에서 바라본 경치가 빼어나 밀양 8경 중 으뜸으로 불린다. 영남루로 들어선 김영철은 3대 아리랑 중 하나인 밀양 아리랑을 부르는 노부부를 만난다. 지게를 지고 경쾌하게 박자를 타며 신명 나게 노랫말을 주고받는 부부. 늦은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게 한 것도 밀양아리랑 덕분이란다. 밀양아리랑으로 인생 황혼기를 즐겁게 물들이는 부부를 만나고, 영남루에서 밀양시가지를 바라보며 동네 한 바퀴 여정을 시작한다.

돼지국밥은 어느 때에도 빠지지 않는 밀양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일찍이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밀양은 농사일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돼지를 많이 키웠고, 덩달아 돼지를 활용한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밀양역 인근, 옛 동네를 걷던 김영철은 예림리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돼지국밥집을 발견한다. ‘닥치기 할매’라 불렸던 1대 어머니에게서 배운 솜씨 그대로, 2대 시어머니와 3대 며느리가 운영하는 가게다.
25여 년 전, 집안사람에게 보증을 섰다가 당신은 물론 아들 내외의 전 재산까지도 잃었다는 시어머니. 아들 내외를 볼 면목이 없어 얼굴도 들지 못했던 어머니를 위로하며, 그동안 놓고 있었던 국밥집을 다시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며느리였단다. 구순이 가까운 나이, 새벽마다 가마솥에 육수를 끓이고, 고기를 손질하는 시어머니.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며느리에게 진 마음의 빚은 다 갚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시어머니가 또 안타까운 며느리. 며느리의 시선 끝에는 늘 시어머니가 계신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진국 같은 고부의 돼지국밥을 맛본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리는 얼음골. 그 일대에서 자란 사과는 큰 일교차 덕분에 높은 당도와 식감이 뛰어나 명품 사과로 알려져 있다. 김영철은 ‘얼음골 사과빵’이라고 적힌 푸드 트럭을 발견한다. 5년 전, 얼음골에 들어와 사과 농사를 지으며, ‘나만의 경쟁력’으로 사과빵을 개발한 부부이다. 누구보다 큰 배포를 가진 호준 씨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가 만드는 달달 상큼한 얼음골 사과빵을 맛본다.

시내로 들어와, 밀양강 수변 데크를 걷던 김영철. 길 건너 동네 초입에 ‘미리미동국’이라 쓰인 표지판에 눈길이 간다. 망루며, 담장이며, 나무판을 덧대 옛 요새처럼 지은 미리미동국. 알고 보니, 쇠락한 원도심의 빈집들을 리모델링해 만든 지역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자수, 도예, 염색 등 8개의 공방이 모여 있다. 미리미동국이란 낯선 이름도, 삼한 시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밀양의 옛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융성했던 그 옛날의 밀양처럼 온기를 잃어가던 원도심이 지역의 문화예술거점으로 다시 한번 부활하기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단다. 미리미동국을 둘러보며 새봄, 다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원도심에 또다시 찬란한 꽃이 피길 응원해본다.

1479년 읍성 축조 때부터, 5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밀양 아리랑 시장. 시장 구경에 나선 배우 김영철은 ‘밀양 부편’ 이란 생소한 떡을 만드는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부편이란 큰상을 꾸밀 때, 올리는 떡 중 가장 윗부분을 장식하는 웃기떡으로, 다른 떡에 비해 유난히 손이 많이 가 시중에선 보기 힘든 떡이다. 하지만 5년 전, 청년 사장 병우 씨는 지인의 떡집을 인수해, 부단한 노력 끝에 부편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다.

밀양 시내 중심지를 걷던 김영철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한다. 89명의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총 8번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밀양. 특히 시내 중심지 경계를 따라 흐르는 해천 주변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생가지가 있고, 다양한 항일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특히 1919년 3월 13일, 밀양에서 일어났던 만세운동은 영남지역 최초의 대규모 독립운동으로, 그날의 나라 사랑과 평화정신을 기리고 역사적 의의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2015년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103주년을 맞은 3.1절을 기념하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내면의 한 마을로 들어선 김영철. 약 5만 평이 넘는 논 위로 흰 천을 깔아놓은 듯 무언가 널려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바로 양갱이나 젤리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낼 때 쓰이는 한천이다. 한천은 우뭇가사리를 삶아 묵으로 만든 뒤, 한겨울 칼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만들어진다. 경남과 경북의 경계, 밤낮의 일교차가 큰 밀양이 한천 말리기에 최적의 장소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천을 말리는 자연 건조장이 있단다. 한천 말리는 동네 어머니들을 만나 밀양 한천의 오랜 역사를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