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는 두 여성이 등장한다. 한 명은 보수적인 남편을 둔 주부 '델마', 다른 한 명은 그의 친구 '루이스'다.
루이스는 델마를 억압하는 그의 남편을 무시하고, 델마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델마는 남편이 두렵지만 루이스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해방감을 찾는다.
'델마와 루이스'부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보니 앤 클라우드까지 모든 로드 트립 무비 속 주인공들은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계획이 없는 여정 속에서 이전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다. 반복되고 지루했던 일상 속에서, 행복하지 않고 지쳤던 일상 속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다. 그 여정의 끝이 해피엔딩을 맞이할지, 혹은 그러지 않을지 모르는 채로 여정의 끝을 향해 계속 달려간다.
이야기를 보는 우리는 그 안에서 자꾸만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로드 무비의 존재 의의는 여기에 있다. 흔히 자동차로 떠나는 로드 무비와 달리 기차로 이러한 여행을 시작한 이들의 드라마가 있다.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는 HBO 드라마 '런'이다.
HBO의 드라마 '런'은 남편의 전화를 받은 루비에게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남편의 전화. 스피커를 수령하기 위해 집으로 당장 가라는 남편에게 화가 난 루비는 전 애인 빌리에게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RUN."
도망쳐. 그 문자에 옛 연인 그와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루비도 'RUN'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상대가 24시간 안에 같은 문자를 보내면 기차에서 재회하기로 한 약속을 떠올린다. 루비는 남편과 아이들을 뒤로 하고 무작정 여행에 떠난다.
옛 연인은 기차에서 다시 재회한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에 만난 옛사랑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마냥 낭만적인 사랑의 도피라고 예쁘게 포장하긴 어렵다. 진짜 삶을 두고 대학 시절 모습인 척하기에는, 이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생각 없이 즐기기에는 루비도 빌리도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완벽히 솔직하기도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기차는 계속 움직이고, 이들의 마음도 상황도 모두 움직이게 된다. 멈춰온 둘의 시간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빠른 속도로, 마치 기차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이때 드라마는 장르를 바꿔 버린다.
현실이 밀려오는 상황 속에서 루비와 빌리가 마주한 사건들은 로맨스가 아닌 스릴러가 된다. 밀려들어오는 현실 속에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며 이들을 압박한다.
드라마 '런' 속 루비와 빌리의 여행은 도망치라는 문자를 보낼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처럼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고, 도망간 여행에서 쉽사리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는 힘들 것 같다. 루비에게는 가정이 있고, 빌리에게는 계약이 있다. 극적인 일상 탈출은 꼭 삶 전체를 무너뜨릴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만 같다.
하지만 발버둥 쳐보지도 않고, 가만히 현실에 안주해 있는 것이 해피 엔딩인가? 그러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이들의 여행은 어떻게 끝날까. 그 탈출 끝에 진정한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 탈출구가 있기는 할까.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캐런 듀발 형사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던 메릿 위버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도망친 주부 루비 역을 맡았다.
'해리포터' 시리즈, '어바웃 타임'의 도널 글리슨은 잘나가는 작가이자 강사 빌리 역을 맡았다. 현실부터 이상, 과거까지 오가는 이들의 표정이 삶에 지친 우리 모습 같다.
'007 노타임 투 다이'와 '킬링 이브'의 크리에이터 피비 윌러 브리지와 '킬링 이브'의 작가이자 '플리백'의 연극 감독 비키 존스가 다시 만났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섬세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이들의 센스가 돋보인다.
현실에서 벗어나 17년 만에 재회해 기차 여행을 떠난 옛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HBO 드라마 '런'은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김민지'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