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방송되는 MBC ‘다큐플렉스–칼과 불’ 2부 '칼의 맛'에서는 한중일 세 나라의 각기 다른 ‘칼의 맛’을 조명한다.
일본인들이 인정한 국내 스시의 대가, '미스터 초밥왕' 한국판의 주인공 안효주 셰프다. 먹는 사람도 혀로 감지할 수 있다는 ‘잘라지는 맛’은 일식도의 특징인 외날이 만든다. 식재료에 따라 쓰는 칼이 매번 달라질 뿐만 아니라 생선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변하는 칼의 각도, 회 한 점을 썰 때 오른손과 왼손의 적절한 힘의 분배 등 정교한 칼 맛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식은 젓가락으로 집기 편한 크기와 형태의 칼질을 선호해 왔다. 무 하나도 둥글 썰기, 빚어 썰기, 은행잎 썰기 등 다르게 써는 만큼 한식의 다양한 칼질이 맛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손맛을 중시하는 ‘셰프들의 셰프’ 조희숙 셰프가 칼질의 미세한 세계를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고고한 칼질로 명성을 얻은 안동 수졸당(동암종가) 종부의 칼은 어떨까? 종잇장처럼 얇은 반죽을 한 치 오차도 없이 가늘게 썬 ‘건진국수’. 종부는 칼질을 할 때는 호흡까지 조절해야 하며, 부끄럽지만 일평생 칼자루를 다른 누구에게 맡긴 적 없다고 고백한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정신이 서린 수졸당 건진국수를 통해 뿌리 깊은 한식 속 칼 맛을 조명한다.

바로 가위와 쇠 젓가락이다. 무겁고 가느다란, 마치 뭉툭한 칼끝과 같은 쇠 젓가락으로 한국인은 김치와 전을 자르고, 두부를 찢고, 해체한다. 양날의 날을 교차시킨 가위도 한국에선 ‘칼’로 변형되어 왔다. 외국에선 옷감과 머리카락을 자르는 도구지만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한식의 밥상에선 도마가 필요 없는 칼로 재탄생 되며 새로운 ‘칼’의 역사를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