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조사라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하나(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저는 방송국에서 연기하다 죽으려고요."

배우 박하나가 바라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는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촬영장에 있다면서 계속해서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하나에게 '악역'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 또 한 번의 기회였다.

박하나는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났다. 박하나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하나는 '신사와 아가씨'에서 극 중 남자 주인공 이영국(지현우)을 오랜 기간 짝사랑한 조사라 역을 맡았다. 특히 박단단(이세희)을 밀어내고 이영국의 옆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었다.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조사라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하나(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박하나는 드라마 방영 전 대본 리딩까지만 해도 조사라는 여성스러운 면이 강한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본 리딩 이후 김사경 작가는 좀 더 박하나에게 어울리도록 조사라를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그래서일까. 조사라는 시청자들에게는 화를 부르는 악역이었지만, 박하나 만큼은 자신이 연기했던 조사라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사라를 너무 사랑했어요. 그만큼 빠져들었고,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몰입이 정말 잘 됐습니다. 뻔하지 않은 악역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악역을 만들려고 했죠. 시장이나 식당에 가면 회장님 말고 사라를 좋아해주는 차건(강은탁)을 만나라고 어머님들이 얘기해주시는데, 그런 반응을 들으면 깜짝 놀라고 감동 받아요. (웃음)"

박하나는 악역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밝혔다. 그는 '천상의 약속'(2016), '빛나라 은수'(2017) 등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역을 맡았다. 자주 악역을 맡지만 박하나는 악역만의 매력이 있다며, 배우가 악역이 부담스러워서 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조사라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하나(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또 악역을 연기할 때는 철저하게 대본을 신뢰하고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대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순간, 배우의 연기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걸 시청자들도 금세 눈치챈다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털털한 편이거든요. 여자친구들보다 남사친들이 훨씬 더 많아요. 로코는 털털한 매력을 좀 더 보여줘야 하잖아요. 과연 나를 내려놓고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요. 남들 웃기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로코 뿐만 아니라, 액션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박하나는 선한 역과 악역 구분 없이 다양한 장르에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을 바랐다. 그는 앞으로 60년은 더 연기하고 싶다면서, 여전히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속내를 전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백지였기 때문에 현장의 분위기에도 휩쓸리기도 했고, 외부 지적에 움츠러들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에 제 부족한 부분을 가리는 '스킬'이 늘었죠. 내가 스킬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슬럼프도 겪었어요. '신사와 아가씨'는 그 슬럼프를 극복한 작품이기도 해요."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조사라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하나(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다만, 그는 자신의 원동력은 촬영장에서 나온다며 쉬지 않고 계속해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박하나'라는 큰 그림은 30% 정도만 그린 것 같아요. 배우는 수명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이제 10년 됐는데 아직 한참 더 해야죠. 김영옥 선생님처럼 멋있는 노배우가 되는 날까지 연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