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1년 5개월 전 논란으로 이전까지 쌓아왔던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해요. 복귀 기사가 나갔을 때 '신인의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제 진심입니다."
가수 홍진영이 1년 5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신곡 발표 하루 전인 지난 5일 서울 청담동 IM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홍진영은 눈에 띄게 마른 모습이었다. 공백기 동안 몸무게가 약 5~6kg 빠졌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러 나서는 것 또한 굉장히 두려웠어요. 하지만 제가 컴백을 결심했고, 가수로서 활동을 하려면 한 번은 이런 자리를 꼭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진영은 2020년 11월 초, 학위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심지어 신곡 '안돼요'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사건 자체도 민감했지만 당시 홍진영의 미숙한 대응이 팬들을 더욱 실망스럽게 했다.
"글이 아닌 말로 직접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논란이 터졌을 때는 이전까지 쌓아온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거든요. 실망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홍진영은 지난 6일 신곡 '비바 라 비다'를 발표했다. 데뷔곡 '사랑의 배터리'부터, '산다는 건', '오늘밤에' 등 히트곡을 쓴 조영수 작곡가가 다시 한번 홍진영을 위해 만든 곡이다. '비바 라 비다'는 경쾌한 리듬의 라틴 트로트로,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하는 가사를 담았다. 용기내 컴백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곡이었다는 것이 홍진영의 설명이다.
"막연하게 컴백을 한다면 슬픈 곡을 해야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라고요. 홍진영의 이름을 알린 건 '사랑의 배터리'와 같은 신나는 곡이고, 홍진영하면 '흥'이었는데, 오랜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설 때는 홍진영 본연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낫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빠른 템포, 신나는 멜로디의 노래지만, 홍진영은 이 곡을 녹음하면서 수차례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녹음하는 것을 지켜보던 조영수 작곡가도 "신나는 노래인데 구슬프게 들린다. 하지만 그게 더 좋은 것 같다"라는 말을 홍진영에게 했다.
"컴백을 결정하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신나는 노래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너무 근심 걱정 없어 보이지 않을까, 1년 5개월 편히 쉬다 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그런데 노래를 다시 부르며 무대 위가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내 노래를 녹음하다 보니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난 1년 5개월은 홍진영에게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 공백기에 두 차례에 걸쳐 당시 감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눈과 비가 내리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이것이 복귀설로 불거진 적이 있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 SNS도 끊었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고립시키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연약해졌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핑 흐를 정도여서, 공백기의 절반을 병원에 다니며 상담 치료를 받았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도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잠도 잘 안 오고, 입맛도 없었어요.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게 회사 식구들 때문이었어요. 아직까진 저희 회사가 1인 기획사이다 보니 제가 일하지 않으면 직원들 역시 일이 없거든요. 얼마 전에 직원들이 '저희 일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할 용기까진 냈다. 하지만 아직 홍진영은 조심스럽다. 음악 방송 출연도 '인기가요' 1회만 하기로 했으며, 예능 출연은 모두 고사했다. 노래로 먼저 대중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천천히 대중의 마음을 얻을 생각입니다. 이전과 같은 큰 사랑을 처음부터 받는 건 당연히 바라지 않아요. 다만 '비바 라 비다'를 듣는 3분 동안에는 편안하게 듣고, 노래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홍진영 신곡 괜찮던데?', '응원해요, 노래 잘 들을게요'라는 말만 들어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