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서로를 보듬으며 사랑하는 한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10년 전,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열여덟 살 선과 열한 살 호정이는 애틋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오누이다. 항상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빠 바라기가 된 동생 호정이와 성도, 국적도 다른 선이는 베트남에서 나고 자랐다. 이혼한 엄마가 한국 사람과 재혼하면서 7살 무렵 엄마를 한국으로 떠나보냈던 선이. 그로부터 6년 후. 자신을 입양해준 한국인 아빠, 이부동생 호정이와 한 가족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 한국말, 문화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선이는 독학으로 한국말을 깨우치고, 살갑게 마을 어르신들을 챙기며 이제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스타가 됐다. 그런데 유독 마음 사로잡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할머니. 재혼에, 아들인 자신까지 데려온 엄마를 할머니가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을 챙겨주고, 때때로 웃음을 건네주는 할머니와 선이는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게다가 몹쓸 암까지 걸려 고생만 하는 아들. 할머닌 속이 탄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늘 죄송함과 감사함을 품고 사는 엄마. 암 투병 중인 남편을 위해서 또 좁은 단칸방, 책상 하나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다리 뻗고 누울 공간이라도 마련해 주기 위해 하루도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법이 없다. 일만 하는 며느리가 안쓰럽다가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할머니. 그런데 요즘 살갑게 구는 선이가 자꾸만 할머니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없이 넷이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 제법 몸집이 커진 선이가 맘 편히 누울 공간도, 책상 하나 놓을 여유도 없다. 그나마 날이 풀려 마당 한편에 선이가 직접 만든 책상으로 완성된 공부방에서 선이가 늦은 밤까지 머리를 싸매는 일이 있다. 바로 한국 국적 시험공부.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 더 나아가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툰 한국어 때문에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찼을 텐데 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며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는 선이. 그런데 엄마, 아빠, 선생님들도 바라는 대학 진학의 꿈을 뒤로하고 선이는 취업의 길을 가려 한다. 친자식처럼 자신을 키워주고 응원해 준 편찮으신 아빠와 일손을 놓지 못하는 엄마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은 선이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