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1997년 4월 20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첫사랑' 마지막 회는 시청률 65.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 기록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번도 깨지지 않았고,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접어든 지금 더 이상 깰 수도 없는 기록이다.
96%. 지난 14일 티빙(TVING)에서 생중계했던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IM HERO' 서울 공연의 시청 점유율이다. 동시간대 티빙에 접속했던 이용자 96%가 임영웅의 콘서트 온라인 생중계를 봤다는 뜻이다. 과거와 달리 볼거리가 많아진 지금 한 사람에 이렇게나 열광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임영웅은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창원, 광주, 대전, 인천, 대구, 서울 등 총 7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었다. 약 100일 동안의 대장정에 모인 관객은 약 17만 명이었다.
임영웅 콘서트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티켓 예매 사이트 오픈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마지막 공연이었던 서울 공연은 예매 당시 예매 대기자가 60만 명에 달했을 정도였다. '국민 효도 전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임영웅 본인도 피 튀기는 티켓팅, 일명 '피켓팅'에 참여했지만 콘서트 예매에 실패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는 세 가지가 없었다. 먼저 타깃 연령이 없었다. 대부분의 공연은 타깃으로 하는 연령층이 분명하다.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은 1020 여성,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은 50대 이상의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각 세대가 향유하는 음악이 다르기 때문에 타깃 연령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임영웅 콘서트에는 전 세대가 함께 했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 관객부터, 90~100세 이상의 관객까지 남녀노소가 모두 임영웅의 노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이는 임영웅이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 가수라는 것을 증명한다. 임영웅은 트로트 뿐만 아니라 힙합, 댄스, 발라드 등 다채로운 선곡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두 번째로 임영웅의 콘서트에는 게스트가 없었다. 임영웅과 비슷한 시기 여름 콘서트 '흠뻑쇼'를 개최한 싸이는 현아, 선미, 사이먼 도미닉, 성시경, 이승기 등을 공연의 게스트로 초대했다. 화려한 라인업의 게스트들은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효과도 있지만, 장시간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 싸이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임영웅은 오롯이 세 시간을 책임졌다. 임영웅의 부캐 '임영광'이 게스트로 잠시 나왔지만, 이는 평소 임영웅의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고, '임영광'의 존재를 알고 있는 팬들을 위한 임영웅의 팬서비스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서울 공연 마지막 날에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출연 당시 부른 노래들을 즉석에서 신청 받아 한소절 씩 불러줬다. 임영웅은 자신을 찾아준 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무리하는 것이 없었다. 임영웅의 콘서트는 공연 스케줄을 격주로 잡지 않고, 매주 열었다면 관객을 더 모을 수도 있었다. 충분히 임영웅이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공연 횟수를 늘리지 않고, 공연의 내실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다수의 가요 관계자들은 "임영웅이 세 시간을 오롯이 혼자 이끌어가야 하는 첫 전국투어 콘서인 만큼 팬들에게 고퀄리티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공연 스케줄을 무리하게 잡지 않았다"라며 "팬들을 먼저 생각한 행보라고 본다. 롱런할 수밖에 없는 가수"라고 설명했다.
임영웅은 오는 12월 앙코르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번 전국투어에서 방문하지 못했던 부산을 찾고, 서울에서는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이 아닌 고척돔에서 다시 한 번 팬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고척돔은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시설로,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트로트 가수는 임영웅이 최초다.
100일 동안의 대장정을 임영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 쉬지 않을 것이다. 팬을 먼저 생각하고,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싶어하는 임영웅이기에 금세 또 12월 앙코르 콘서트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임영웅의 2022년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