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우승 크루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은 여자 댄서들의 치열한 춤 싸움을 다뤘던 '스우파'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언니들'이 아닌 '원조들'의 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다. 서로가 '트로트 붐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이들 간의 싸움이다.
몇 년간, 트로트는 TV조선과 MBN의 주요 먹거리였다. TV조선은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를 제작했고, 송가인·임영웅·김호중 등 걸출한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켰다. 반면 MBN은 '보이스퀸', '트로트퀸', '트롯파이터', '헬로 트로트' 등 여러 트로트 소재의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TV조선을 앞지르진 못했다.
두 방송사는 오는 겨울 나란히 남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TV조선은 '미스터트롯2'로, MBN은 '불타는 트롯맨'을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두 방송사 간의 대결은 TV조선의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이유는 MBN '불타는 트롯맨' 연출자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장본인 서혜진 PD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TV조선을 나와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작진들과 MBN에서 '불타는 트롯맨'을 제작하기로 했다. 마치 '트로트 맛집' 주방장이 새로 가게를 차린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TV조선은 '미스터트롯2'라는 원조 IP로 승부한다. 이들은 우승 상금을 5억으로 늘리는 등 스케일을 크게 키웠고, 유명 작곡가의 노래와 스핀오프 프로그램 출연 등의 특전을 약속했다. 오디션 우승 이후에도 확실한 사후관리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끔 돕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오디션을 출범하는 만큼, 양 프로그램들은 더 좋은 출연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송가인·임영웅·김호중 등 팬덤을 확보한 트로트 스타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시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
서혜진 PD가 합류한 MBN이 '불타는 트롯맨'의 방송에 앞서 트로트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MBN은 먼저 추석 연휴에 '우리들의 트로트'를 방송한다. '우리들의 트로트'는 '미스터트롯'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나태주, 황윤성, '미스트롯' 강혜연, 김나희, 허찬미, '국민가수' 김유하 등이 출연한다.
또 그 기세를 이어 '우리들의 쇼10'도 편성했다. '우리들의 쇼10'은 대한민국 음악을 대표하는 청춘 남녀스타 10인이 함께 다양한 스페셜 무대와 고품격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가수와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킬 새로운 트롯 예능을 통해 트롯팬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으려는 행보다.
반면 TV조선 측은 아직 여유있는 모양새다. 기존의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에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의 스페셜을 편성하며 '미스터트롯2'를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가수 송가인이 등장하는 '미스터트롯2' 참가자 모집 티저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성공 노하우를 가진 제작진과 수년간 '트로트'를 대표했던 채널이 같은 시기에 오디션을 출범하는 만큼, 도전자들 역시 어느 오디션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현재 각 프로그램들의 제작진들은 떡잎이 남다른 트로트 신인, 트로트 전향을 고민 중인 아이돌, 타 트로트 오디션에서 순위권에 올랐던 가수 등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만한 가수들에게 참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미스터트롯'이라는 대형 IP를 가진 TV조선이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은 맞지만, 서혜진 PD의 연출력을 무시할 순 없다"면서 "'불타는 트롯맨'이 1~2달 방송을 일찍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또 관계자들 사이에선 TV조선 고위 관계자들의 입김이 '미스터트롯2'에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라며 "프로그램 외적인 변수가 있기 때문에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대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