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로서 가장 힘들 때 '슬기로운 의사 생활'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났어요. 결과론이지만 내가 배우를 해도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우 하윤경은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잊지 못할,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수식어를 얻었다. 바로 '봄날의 햇살'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윤경은 "꿈같이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윤경은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 변호사 최수연 역을 맡았다. 부유한 법조계 명문가 집안 출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우영우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만 최수연은 우영우를 적대시하지 않았고, 그와 우정을 키워갔다.
최수연과 우영우의 우정은 시청자들의 가슴도 울렸다. 하윤경은 대본에 없던 제스처를 추가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고 있음을 표현했다.
"최수연의 봄날의 햇살은 '우영우'라고 생각해요. 영우를 보면서, 영우와 함께 하면서, 영우 덕분에 많이 웃고 성취감도 느끼죠. 최수연은 우영우 덕분에 입체적인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햇살 같은 존재예요."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하윤경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상상했던 장면을 박은빈과 단번에 연기했을 때, '눈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감정 연기는 어려운 건데, 박은빈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연기를 해줬어요. 눈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는데, 그런 순간들이 배우들한테 흔히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거든요. 내가 생각했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또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하윤경은 2015년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해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하윤경이 대중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020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펠로우 허선빈 역을 맡으면서다.
20대의 끝자락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났던 하윤경은 '우영우'로 30대 초반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우영우'는 하윤경이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된 작품이다.
"배우에게 오디션은 숙명과 같은 일이에요. 오디션이 주는 피로도가 꽤 크거든요. 작은 역할이더라도 오디션을 안 본다면 인정받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니까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이제야 믿음직한 배우가 되는 건가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하윤경은 불안했던 20대를 털어놨다. 불안했던 이유는 연기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연기가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에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좌절했고, 너무 연기에 몰두한 나머지 조금씩 피폐해져 갔다.
"연기를 잘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열려있어야 했는데 전 고집스럽게 연기에만 몰두해있던 거예요. 연기에 대한 집착을 살짝 내려놓으니 삶도 건강해지고 연기도 느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도 그 시절 불안하고 부족했던 하윤경이 지금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해요."
'우영우'는 '20대의 불안'으로 제련된 하윤경이 만난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앞으로 배우를 하며 또 지치는 날도 올 때, '우영우'와 같은 작품이 또다시 하윤경을 찾아올 것이라고 믿음을 줄 그런 드라마였던 것. '우영우'와 같은 '봄날의 햇살'이 다시 한번 하윤경을 비출 때까지 그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배우는 내 적성에 안 맞는다고 농담 반 진담 반 툴툴거리지만 '우영우' 같은 작품을 만나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자랐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저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고 믿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믿어요. 제가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는 것 또한 그동안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