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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김흥국, 오직 열정 하나로 들이대~던 청년①

[비즈엔터 홍성규 기자]

▲가수 김흥국(비즈엔터DB)
▲가수 김흥국(비즈엔터DB)

최근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의 자선 공연 소식이 연말 쓸쓸한 가슴들을 훈훈하게 했다. 가수 김흥국이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13회 생명나눔 자선음악회 무대에 섰다’는 뉴스였다.

이날 음악회는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 주최로 난치병·이식 대기자 치료비 모금을 목적으로 열렸다고 한다. 김흥국은 매년 열리는 생명나눔 자선음악회 첫 회 때부터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활동해왔다.

김흥국 하면 대개 '가수, 호랑나비, 개그, 축구, 해병대, 불교, 콧수염' 등이 떠오르는데, 모처럼의 잔잔한 미담 뉴스라 무척 신선했다.

더욱이 아주 오래전 김흥국을 처음 만나던 날 추억이 떠올라 좋았다. 힘들고 흉흉한 요즘 세태 속에, 기자 초년병 당시 소위 '가요계 르네상스'시절 아련한 기억이 함께 오버랩된 것이다.

김흥국은 사실 내가 가요 담당 기자가 돼서, 첫 가요 기사를 쓴 가수다. 그런데 그 첫 기사가 '창백한 꽃잎'이라는 김흥국의 자선 나눔 콘서트 기사였다.

때는 1988년 초, 연예부로 발령받아 막 일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느 날부터 거무튀튀한 얼굴과 단단해 보이는 몸집에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자주 우리 부서로 찾아왔다.

김흥국이라는 무명 가수였다. 목소리는 컸고, 항상 웃고 있었다. 나만 빼고 연예부의 다른 선배들과는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처럼 안부를 주고받았다. 특별한 용건도 없는 것 같은데, 무지하게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고 돌아가곤 했다. 아마도 개그맨 기질과 친화력은 타고 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가요 담당 선배가 김흥국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이제 흥국이 기사는 네가 맡아라." 나는 당시 가요 기자 2진이었지만, 아직 가요 기사는 쓰지 못했고, 팝 음악만 전담하고 있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마이클 잭슨, 마돈나, 올리비아 뉴톤존, 본조비, 롤링스톤즈, 밥딜런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모두 내 손을 거쳐 기사화됐다.

나로서는 김흥국과의 만남이 가요 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나는 김흥국과 거의 매일 전화 통화를 했다. 오전 마감 시간에 데스크에서 "홍성규 씨 가요쪽 단신 없나"하고 요청하면 김흥국의 기사를 넘겼다. 아는 가수가 김흥국뿐이어서, 김흥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했다. 심지어는 '무명가수 김흥국이 감기몸살에 걸렸다'는 기사를 넘긴 적도 있었다.

나중에는 편집부에서 “홍성규는 맨날 김흥국 기사만 쓰냐” “매일 쓸 정도면 무명가수가 아니라, 유명가수 아니냐”면서 놀려댔다.

하루는 김흥국이 LP 음반을 한 장 들고 왔다. '창백한 꽃잎'이 타이틀곡이었고, A면, B면에 건전가요(당시 음반 제작 시 의무사항)를 포함해, 11곡이 빼곡히 수록된 앨범이었다.

이 음반은 가수 김흥국이 가요 기자 홍성규를 만나기 전 이미 1986년 7월 19일 성음레코드에서 발매된 김흥국 공식 1집 정규앨범이었다.

▲가수 김흥국(비즈엔터DB)
▲가수 김흥국(비즈엔터DB)

늘 웃기는 말만 하던 김흥국이지만 이날만큼은 무척 진지했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선배의 딸(당시 여중생)을 위해, 이 곡과 앨범이 만들어졌는데, 이제 '창백한 꽃잎' 타이틀로 자선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 콘서트 현장 무대 뒤, '창백한 꽃잎' 휘장을 걸어놓고, 김흥국이 통기타치며 노래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창백한~' 제목처럼 대중들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이름도,빛도 없이 잊혀진 음반이며, 콘서트였다.

그러나 김흥국은 낙담하지 않고, 특유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끊임없이 방송국을 누비고 다녔다. 가끔은 만나는 방송관계자에게 험한 소리를 들어도, 요란한 너스레로 다 이겨냈다. 아마도 이 같은 과정에서 "들이대~" 마인드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어느덧 '무명가수 김흥국'이 '조금은 이름 있는 가수 김흥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더 많은 김흥국 기사를 썼다. 수습 기자 시절 선배들에게서 들었던 '단신의 위력'(조그만 단신 기사도 매일 쓰면 가랑비에 옷 젖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 나타나고 있었다.

'창백한 꽃잎'은 '정아'로 이어져 갔다.

김흥국은 '정아'라는 노래를 계속 발표했다. 당시 MBC 다큐 '인간시대'는 불치의 병으로 투병 중인 '정아'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노래하는 무명가수 김흥국을 담은 '정아의 겨울일기' 편을 방송하기에 이른다. 김흥국과 같은 동네인 강북구 번동 사는 정아의 집으로 찾아가 식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 소녀는 음악인 아빠의 피를 이어받아 본인이 기타 치며 피아노 치며 김흥국과 함께 즐겁게 노래했다. 때론 병마의 고통으로 신음하다가도 이내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했다. 하지만 회복과 치유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안타깝게도 이 소녀는 1990년 세상을 떠나 주변을 더욱 슬프게 했다.

정아 창문틈으로 벌써 바람이 불잖니

정아 바람불잖니

정아 거리에는 벌써 낙엽이 지잖니

정아 어젯밤에 너에게 편지를 썼어

정아 보고싶은 너

정아 오늘밤에 꿈속에서 널 만날까

정아 사랑한다해

그리움이 많은 나는 이밤도 꿈길에서

사랑하는 너의 그 품에 포근히 안기고파

정아~ 정아~

'정아'는 젊은날 김흥국의 중저음 허스키한 음색이 진정성 있게 가슴에 와닿는다. '창백한 꽃잎'처럼 잘알려지지 않았던 곡이지만, 김흥국 가요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수 없는 노래다.

②로 계속

홍성규 기자 skhong@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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