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시즌1ㆍ2에서 '스튜디어스 최혜정'을 연기한 배우 차주영은 '더 글로리' 영광의 주인공이다. '더 글로리'의 인기로 모든 출연 배우들이 세간의 관심을 얻었지만, 차주영을 향한 관심의 온도는 남달랐다.
차주영이 연기한 최혜정은 2004년 문동은(송혜교)에게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5인 중 한 명이다. 상류층 자제인 박연진(임지연)과 이사라(김히어라)와 계속 어울리기 위해 문동은을 악랄하게 괴롭혔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허영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화려함을 좇고, 상류층 사회에 진입하려고 몸부림친다. 그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천박하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파트1 공개 이후 차주영은 미국 유타대학교 출신의 재원이라는 것이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트2 공개 이후에는 파격적인 노출로 한번, 뜻밖의 CG·대역 논란으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런 영광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차주영은 2016년 tvN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해 '저글러스', '기름진 멜로',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에 출연하며 착실하게 연기 경력을 쌓았다. 약 7년 간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차주영은 '더 글로리'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자신의 배우 '포텐'을 증명했다.
배우 차주영은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나 '최혜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까지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배우가 아닌 차주영 개인으로선 '최혜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또 그와 비슷한 인물을 현실에서 찾는 것도 요원했다.
결국 차주영은 김은숙 작가가 쓴 대본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그는 대본을 교재 삼아 내면의 여러 요소들을 하나둘 조합했고, '우아하고 고급진 날라리' 최혜정을 만들어냈다.
Q. '더 글로리'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이 정도로 뜨거울 줄 몰랐다. 주변에서 연락 주고,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현장에서도 '더 글로리' 잘 봤다고 말해준다. 어제는 공항에서 촬영했는데 비행 마친 승무원들이 지나가다 "스튜어디스 혜정이!"하고 한 번에 알아보더라. 하하.
Q. 최혜정은 가해자 중 최하위 계급이다. 못된 짓에 가담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이다. 그런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사실 차주영으로선 최혜정이 이해가 안 된다. 배우들은 자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라 썩 좋아하진 않았다. (웃음) 처음에는 두려움 때문에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실수였지만 그것이 반복되며 잘못이 된 것이다. 여기에 욕심과 허영, 잘못된 욕망이 합쳐지면서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Q.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박연진(임지연), 이사라(김히어라)와 무리지어 다닌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까?
잘못을 뿌리칠 용기가 없었고, 그 상황에 중독되면서 벗어날 생각을 전혀 안 했다고 본다. 박연진 그룹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존감을 채우면서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을 내 것이 아닌데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산 것 같다.
Q. '최혜정'과 차주영을 향한 다양한 수식어 중 기분 좋았던 칭찬이 있는지?
책임감이 강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나에 대한 프레임을 깨고 싶은 반골 기질이 강한 사람이다. '더 글로리'를 통해 차주영은 '도시적인 이미지'란 프레임을 깨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차주영이 이런 캐릭터 강한 역할도 되는 배우였네?"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았다.
Q. 일각에서는 문동은의 '망나니'는 사실 최혜정이었다는 말이 있다.
작품 촬영 중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하다가 나중에 배우들끼리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가볍게 흩날리는 인물로 보이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인 것 같아 다행이다.
Q. 파트2가 공개된 이후에는 노출신 등에 CG(컴퓨터 그래픽)설로 화제를 모았다.
노출 장면엔 CG가 들어간 것이 맞다. 최혜정이란 캐릭터가 가슴을 수술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역과 CG팀이 투입됐다. 욕조 신의 뒷모습은 대역이 맞고, 셔츠를 벗어던질 땐 내 몸에 CG를 입힌 것이다. 의미 없는 과도한 노출신이었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최혜정이 박연진을 상대로 유일하게 몸매만큼은 떵떵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혜정은 그렇게 해서라도 박연진을 이기고 싶었던 것이고, 그렇게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전편을 통틀어 최혜정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이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파트1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문동은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무릎 꿇고 비는 장면이다. 그 신이 혜정이의 처세술을 보여주면서, 그가 영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가 굉장히 얕고, 눈앞의 이익에 흩날리는 사람이란 걸 집약한 신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을 가장 많이 공들였고, 송혜교 언니 역시 "이 신은 혜정이를 위한 신"이라며 배려를 많이 해줬다.
Q. 이사라 역의 배우 김히어라가 "혜정이와 연기할 땐 기 빨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차주영이 연기 합을 맞췄을 때 가장 힘들었던 배우는 누구인가?
전부다. (웃음) 현장에선 각자 맡은 인물로 만난다. 그래서 사담도 나누지 않는다. 우리끼리 '또 눈 바꿔 끼우고 왔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다들 에너지가 엄청났다. 나한테 없는 기운을 다른 배우들에게 느끼면서 '기 빨린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들도 그런 생각을 했다니 다행이다.
Q. 최혜정이란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다른 작품에서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는가?
기분 좋은 부담감은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해보지 못한 캐릭터들이 많아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된다.
Q. 차주영에게 '더 글로리'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영광스러운 작품이고, 감사한 작품이다. 작품이 잘 된 것도 감사하고, 내게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아직 연기에 있어 내공이 부족하지만, 자신 있게 내 연기를 보여주면 된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깨지면 좀 어떤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