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송되는 KBS1 '동물극장 단짝'에서는 유쾌한 제주 청년과 그의 딸 샌디가 함께 발맞춰 만들어 가는 푸르른 청춘 일기가 펼쳐진다.
제주시 애월읍, 구옥의 고즈넉함을 그대로 간직한 집에는 김얼(38) 씨와 그의 ‘딸’ 반려견 샌디(암컷/6살)가 산다. 150년 남짓 된 나무 마룻바닥에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계절마다 벌레가 찾아오는 불편한 집이지만 샌디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으니 남부럽지 않다. 집을 둘러싼 돌담을 손볼 때면 옆에서 부지런히 풀을 뜯어 먹으며 제초를 돕는 ‘효녀’ 샌디 덕분에 제주살이가 날마다 시트콤 같다.
김 얼 씨가 제주에 온 건 6년 전. 고향인 전라도에서 운영하던 요식업이 무너지고, 믿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자 현실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곳이 제주였다. 공황장애로 일상생활도 힘들었던 어느 날,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샌디의 입양 공고. 4번이나 파양 당한 샌디의 과거가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양을 결정했다. 결혼도 안 한 총각이지만 귀한 고명딸 대하듯 온 정성을 쏟고 있다.

그 후로 동물권 보장을 위해 움직이는 개인 활동가가 된 그는 종종 샌디와 유기견 보호 단체를 찾는다. 해외 입양을 앞둔 유기견들을 산책시키는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곳에 가면 유기견들 사이를 유유히 활보하는 샌디. 친구들 냄새 맡고 돌아다니느라 정신없어 보이지만 이래 봬도 유기견들 사회화 교육 중이란다. 핵심은 바짝 치켜세운 꼬리! 샌디가 꼬리를 흔들면 다른 개들도 꼬리를 흔들며 주위를 서성이는데 그것 자체가 샌디가 유기견들의 사회화를 돕고 있다.
샌디네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런데 손에 든 건 아동복? 알고 보니 샌디와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를 기획 중인 얼 씨의 사업파트너이다. 국내엔 대형견 옷을 찾기가 어려워 3~4세용 아동복을 입혀보며 디자인 회의를 하기로 했다. 론칭이 되면 수익금 일부는 유기견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이사 겸 모델을 맡고 있는 샌디의 아동복 피팅 시간. 우아하게 팔을 뻗은 샌디와 달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김얼 씨. 어라, 옷이 좀 작다? 과연 이 회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