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땀이 배고 기름때 묻은 작업복으로 갈고 닦아낸 도시, 울산 남구로 떠난다.
◆공리단길을 빛내는 청춘 사장님들의 꿈
1967년 4월 20일. 공업탑이 세워진 직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해 1980-90년대 울산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로 꼽혔던 신정동. 하지만 2000년대 인근 지역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중심 상권에서 밀려나게 됐다. 이후 점차 노후화됐던 공업탑 뒷골목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오래된 주택이나 작은 점포를 빌려 예쁜 카페와 밥집을 잇따라 열기 시작한 것. 이른바 “공리단길”에서 향긋한 카레를 끓이고 달콤한 과자를 구우며 꿈의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청년 사장님들을 만나본다.

신정동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노점상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신정시장. 현재 30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인 울산 남구 최대, 최고의 전통시장이다. 시장을 찾는 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리밥 골목, 국밥 골목, 칼국수 골목 등 먹거리 골목도 생겨났다. 특히나 9개 가게가 모여있는 손칼국수 골목은 사장님들이 입구에 서서 반죽을 뽑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주문과 동시에 밀대로 반죽을 밀고 거침없는 칼질로 면을 썰어 완성하는 손칼국수 한 그릇. 관록 높은 여자 사장님들의 솜씨에 주눅 들지 않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묵묵히 도마 앞을 지키는 총각 사장님을 만난다.
◆공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울산의 자랑, 태화강 국가 정원
1960년대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인구가 쏟아낸 생활오수와 공업단지 폐수 등으로 오염됐던 태화강. 엄청난 수의 물고기 폐사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민관의 태화강 살리기 노력이 시작됐다. 강으로 직접 유입되던 생활하수를 분리하기 위한 하수처리장을 신설, 하수관로를 정비하기 시작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태화강 한 평 사들이기’ 운동이 벌어졌다. 개발이익보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켜질 수 있었던 태화강은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며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철새 1,500여 쌍의 백로가 둥지를 트는 태화강의 삼호대숲을 찾아가 울산 시민들의 자부심을 누려본다.
◆삼호곱창거리에서 맛보는 깊고 진한 가족의 맛
과거 전국적으로 유명해 부산 동래, 영천, 대구에서도 소를 사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울산 우시장. 1970년대 도축장이 자리했던 삼호동에는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한 곱창 요리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곱창 골목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도 8곳의 곱창집이 나란히 성행 중인 삼호곱창거리를 찾아가 32년째 한 자리를 지키는 1대 어머니와 막내딸, 며느리가 함께 차려낸 곱창전골과 구이 한판을 맛본다.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편에 소개된 처용.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추어 역신을 쫓았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처용의 실제 고향이 바로 울산 앞바다에 있다. 외항강과 울산만이 만나는 곳에 있는 작은 바위섬. 처용의 아버지인 동해 용왕과 함께 구름을 열고 나타났다는 처용암이다. 덕으로써 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른다는 처용의 전설이 서린 처용암을 찾아가 보고, 일제에 의해 비틀린 처용의 진짜 얼굴을 찾아가는 길을 걷고 있는 처용탈 명인을 만나본다.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 파도치는 수국꽃 향연 속으로
울산만의 서쪽 해안에 자리한 장생포. 수심이 깊은 울산만은 큰 어선의 접항이 쉬워 연안 항로의 기항지이며, 또한 주변이 고래잡이의 좋은 어장이므로 포경업(捕鯨業)의 근거지가 됐었다. 1986년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포경선이 멈춘 장생포는 이제 우리나라 고래의 역사를 품은 살아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5년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을 조성, 작년부터는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수국 2만 3천여 그루를 심고 가꿔 여름이면 바다를 닮은 푸른빛의 수국꽃이 만개한다. 한국관광공사 주관 ‘2023 강소형 잠재관광지 발굴·육성사업’에 선정되며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 곳.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을 찾아가 동네를 향기롭게 일구는 사람들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