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배우 정보민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어떤 작품에 들어가든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특징 등을 알아볼 수 있도록 PPT를 만드는 것이다.
"직접 의상도 피팅해보고, 캐릭터 성격을 분석하기도 하고, 레퍼런스도 찾아봐요. 그러면서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거예요.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정보민의 PPT를 만드는 실력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키웠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대학생 시절 그의 목표는 졸업이 아닌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그가 서울에 있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로 진학한 이유도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짚이는 대로 뭐든 하려 했어요. 배우가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정말 필사적으로 자료와 정보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웹드라마 '트리플썸'이었고요."
아는 것이 많이 없던 '생 신인' 시절에도, 천천히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지금도 정보민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당당한 모습, 그게 자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오디션장에 들어가기 전엔 저도 긴장해요. 하지만 긴장을 안 하는 것과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르잖아요? 1차 오디션을 통과해도 어차피 2차, 3차까지 있을 텐데 벌써 긴장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감 넘치게 보여주다 보면 매력적으로 보일 거로 생각해요."
자존감이 높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정보민의 취미는 불닭볶음면 먹방 시청과 영상 편집이다. 그는 3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를 올린 적이 있다. 직접 찍고, 편집도 스스로 했다. 2022년에는 '국가대표 와이프' 촬영장 브이로그, 생일 브이로그를 올렸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하고 있진 않지만, 정보민이 올린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의 크리에이티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정보민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평상시에도 발휘될 때가 많다.
"'오아시스' 끝나고 소속사 대표님이 신인 배우들에게 자유 연기를 한 가지 촬영해서 보내라는 숙제를 내신 적이 있어요. 저는 연애 리얼리티에서 연기 영감을 받거든요. '나는 솔로'나 '환승연애', '솔로지옥' 같은 프로그램이요. (웃음) 대표님 숙제를 받고, '환승연애'를 한번 연기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소속사 아우터유니버스 신인 친구들을 섭외해 저희 집에서 촬영하고, 직접 편집하고 대표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재미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정보민은 짧은 영상 연출을 통해 굉장한 배움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정보민에게 어떤 습관이 있고, 연기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감독의 시점에서 자신을 볼 기회가 됐다.
"배우는 나한테 취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보기에 잘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걸 배운 미니 프로젝트였어요. 조명과 촬영 각도의 중요성, 편집 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깨우치면서 현장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배우 혼자 작품을 완성할 순 없잖아요. 자유롭게 연기하더라도 현장의 룰을 지키는 배우, 스태프들이 보기에 정확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정보민은 말하는 대로 된다는 말을 믿는다. 그가 지난해 초, 배우로서 고민이 많다는 걸 느낀 소속사 원욱 대표는 '3년 치, 5년 치의 미래 그려보기'를 숙제로 준 적이 있다. 정보민은 그의 5년을 상상했다. 2023년에는 '내가 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과 '연기 대상 참석'을 썼다. 바라고 그렸더니 실제로 이뤄졌다.
그는 2024년을 상상하는 PPT도 미리 만들었다. 소속사 식구들을 모아 '정보민 발표회'도 열었다. 그리고 '2024년 정보민'을 요약할 만한 제목도 미리 달아놨다.
"제가 올해 하고 싶은 작품들은 뭐가 있는지, 어떤 캐릭터를 만나길 원하는지 PPT에 써놨어요. 원하는 스타일링, 찍고 싶은 광고들 등 바라는 것들도 다 넣어놨습니다. 제목이요? 제목은 '로코장인 정보민'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