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11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를 찾아간다.
◆거제에서 유럽을 만나다, 시민 백순삼 씨의 매미성
2003년 9월 경상남도 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 한순간에 약 2,000㎡의 밭을 잃은 순삼 씨는 다음 태풍을 대비하여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백순삼 씨는 지금도 여전히 매미성 증축에 한창이다. 그가 쌓은 화강암 성채는 마치 유럽 중세 성을 연상케 하는 자태를 뽐내며, 거제를 찾는 이들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포토존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줄 서는 사진 명당이 되었다.

예순여덟 상희 씨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 김호중의 노래를 만나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남편 학수 씨 또한 아내의 슬픔을 치유해 준 김호중의 팬이 되었고 부부는 그 사랑을 김호중을 상징하는 보랏빛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담장과 보라색 비닐하우스 보라색 의자, 보라색 화분까지. 소소하게 시작한 ‘덕질’은 이제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의 성지가 되었다. 부부의 정성을 알게 된 전국 각지의 팬들은 각종 포스터와 사진, 앨범, 슬로건 등을 보내주며 사랑을 더해줬고, 덕분에 애정 가득한 포토존이 만들어졌다.
◆정성 듬뿍 담긴 노부부의 토스트
일흔여덟 김순자 씨는 10여 년 전부터 당신의 이름을 딴 토스트 가게를 운영 중이다. 자녀들 어릴 적에 정성스레 만들어주던 기억을 되살려 시작한 장사가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가 찾는 맛집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그녀의 곁을 24시간 지키는 남편 김경용(85) 할아버지 덕에 심심하거나 고되지 않단다. 아내표 토스트를 먹고 지금까지 건강하다는 남편의 투박한 말 속엔 누구보다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맛있는 토스트와 함께 노부부의 따끈한 인생사를 엿들어 본다.

창가에도 크고 작은 장난감이 즐비한 이곳은 변상윤(43) 씨의 ‘피규어’ 카페다.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며 장난감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는 상윤 씨는 벌써 20년째 피규어를 수집 중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아이언맨’이다. 그에 걸맞게 카페 안은 온통 아이언맨으로 가득하다.
◆열 아들 안 부럽다! 사위의 살신성인이 만들어낸 ‘오쌈 정식’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사위를 둔 식당이 있다. 식당의 주인은 5년 전 퇴직을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하섭 씨와 그의 아내 오미자 씨다. 그리고 식당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사위 순찬 씨는 장인어른, 장모님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폐업 위기에 처했던 식당을 살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식당을 차리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빚더미에 앉았을 당시, 사위 순찬 씨는 아내의 간절한 부탁에 바로 다음 날 살던 집을 처분해 장인장모의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 휴직계를 내고 요리 학원을 다니며 식당 메뉴의 레시피 개발에도 힘썼다. 그렇게 ‘오리불고기 쌈밥 정식’이 탄생했다. 온 가족의 눈물과 노력이 담긴 ‘오쌈 정식’을 맛본다.

멸치, 대구, 도다리가 거제 특산물로 이름을 날리던 때, 약 10년 전 다크호스처럼 코끼리 조개가 등장했다. 깊은 바닷속에 살아 전문 잠수부가 아니면 잡기도 어려운 코끼리 조개는 손질에도 요령이 필요한 까다로운 어종이라고 한다. 그런 녀석도 성포항 앞에서 5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숙(77) 씨 손에 들어가면 속수무책으로 해체된다. 거제를 찾은 동네 지기를 위해 한껏 솜씨 발휘해 내어준 코끼리 조개 한 접시는 그 모양이 마치 꽃이 핀 듯 아름답다. 담백하고 쫄깃한 맛에 버릴 것 하나 없이 귀한 코끼리 조개를 만나본다.
◆바다 위의 청와대 ‘저도’, 그곳의 마지막 주민 윤연순 할머니를 만나다
바다 위의 청와대라 하여 ‘청해대’라 불리는 저도는 47년간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다 2019년 시범 개방을 시작으로 현재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입도가 가능해졌다. 수십 년간 꽁꽁 숨겨져 있었던 만큼 천혜의 자연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대통령 별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 길을 걸으며 ‘나만의 저도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저도의 산책로를 걷던 중 대통령 별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살고 있던 저도의 마지막 주민을 만났다. 50여 년 동안 저도의 잔디밭을 관리해 온 윤연순(89) 할머니다. 구순을 앞둔 지금, 할머니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저 섬이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 그리하여 후손들이 ‘저 섬에 우리 할머니가 살았다’고 기억해 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