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배우 정호연에게 나홍진 감독이 건넨 연락은 작품 제안이 아니라 "한번 만나보고 싶다"라는 캐주얼한 미팅 요청이었다. 정호연과 영화 '호프'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호연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나 스크린 데뷔를 앞둔 설렘부터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 그리고 성애라는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흘린 시간을 차분히 들려줬다.
'호프'는 외딴 호포 마을에서 미확인 생명체와 맞닥뜨린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정호연은 호포항 출장소 소속 순경 성애를 연기했다. 쾌활하고 당찬 성격에 야전병원에서 훈련한 경험까지 갖춘 인물로, 위기의 순간 누구보다 먼저 몸을 던진다.
"'호프'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배우 커리어에서 영광스러운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정호연에게 '호프'는 단순한 출연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스크린 데뷔작이자 나홍진 감독과 함께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스크린에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드라마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정호연은 복잡하고 낯선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큰 화면에서 제 연기를 보는 게 아직도 생경해요.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가장 컸던 감정은 설렘이었어요. 제가 영화배우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껴요."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지만 정호연은 그렇지 않았다. 좋아하던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은 오디션을 보러 가는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정호연은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미팅이 끝난 뒤 정호연은 감독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고 헤어지기 직전 나홍진 감독은 제작사 대표에게 "호연 씨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정호연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나홍진 감독이 정호연을 캐스팅한 이유는 한참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성애의 중심에는 '선의'가 있는데 나홍진 감독은 정호연에게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과 성애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갔고 캐릭터의 뼈대를 세워나갔다.
"닮은 점을 생각해보니 쉽게 지치지 않는 끈기였어요. 그것을 중심으로 성애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갔습니다."
성애를 완성하기 위한 준비는 촬영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정호연은 약 6개월 동안 체력 훈련은 물론 총기와 운전 연습까지 했다.
"감독님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시는 스타일이라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도 늘리고 총기 훈련과 운전 연습도 꾸준히 했습니다."
특히 군용 소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캐릭터인 만큼 실제 총기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근력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단순히 액션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성애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