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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미처 몰랐던, 노래 잘하는 가수 KCM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반가운 얼굴’이 컴백했다. 바로 MBC ‘일밤-복면가왕’을 통해 녹슬지 않던 노래 실력을 뽐낸 가수 KCM이다. 군 제대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그였지만, 자신에게 덧입혀졌던 ‘잊혀진 가수’라는 편견을 변하지 않은 실력으로서 말끔히 씻어냈다.

5년에 달하는 공백기동안 KCM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진화했다.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이 바로 그것인데, 작곡 작사는 물론 이제는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단다. 다재다능한 면모로 똘똘 뭉친 KCM은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품어왔을까.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시 한 번 출발대 앞에 선 KCM을 만났다.

Q. 오랜만의 컴백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KCM:
쉬는 동안 음악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가업이었던 제지 관련 사업도 병행했다. 제대로 일을 해보려 하다 보니 정신없이 지냈다.

Q. 원래 신곡 발매가 지난 2월 예정이었다. 4개월가량 미뤄진 이유가 있을까.
KCM:
준비가 다 안됐었다. ‘복면가왕’ 출연 후 바로 앨범을 낼까도 싶었지만, 준비가 안 됐는데도 이슈가 됐다고 그것에 편승해 앨범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맞지 않는 퍼즐처럼 음악을 하고 싶진 않더라.

Q. 그럼에도 이번엔 한 곡이 담긴 싱글 앨범이다. 오랜 기간 KCM을 기다려온 팬들에겐 다소 아쉬울 듯하다.
KCM:
현재 10곡 이상이 담긴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번 신곡 ‘오랜 나무’는 정규 앨범 준비 중에 여름에 맞는 곡을 미리 내도 될 것 같아서 먼저 발표한 곡이다. 정규앨범은 현재 70%가량 마친 상태다. 목표는 내년 3월 전 발매지만, 나머지 30%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작업 시간이 유동적인 편이거든.

Q. ‘오랜 나무’, 직접 곡 소개를 듣고 싶다.
KCM:
참 오래 걸린 곡이다. 눈치 채셨겠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모티프다. 내겐 ‘음악 편식’이 있는데, 아직도 80~90년대 풍에 젖어 산다. 어찌 보면 내 음악의 정체성이자 뿌리인데, 그때의 사운드를 재현하고 싶어서 80년대 팝에 나올법한 브라스 등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Q. 요즘 가요계는 EDM이 대세다. 그런 가운데 80년대 팝적인 음악은 오히려 새로운 울림이 될 듯 하다.
KCM:
현재 후배들이 하고 있는 음악은 분명히 트렌디하다. 하지만 어른들은 ‘들을만한 음악이 없다’면서 예전의 음악을 끄집어내지 않나. 이번 노래를 통해 어른들도 들을 수 있는, 두루두루 통하는 음악을 하고자 했다. 틈새시장 공략보다는 정말 그게 내 정서니까.

Q. 5년 만의 컴백인 만큼 애착도 컸을 것 같다. 뮤직비디오 편집에도 직접 참여했다던데.
KCM:
영상을 음악의 흐름에 맞추고 싶은 욕심이 있다. 보통 감독님들은 영상에 음악을 맞추는 편이다. 그래서 가사와 내용이 안 맞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앞 뒤 순서를 바꾸는 등 음악과 이미지를 맞추고자 노력했다. 나는 가수니까, 음악에 맞게 영상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토록 열정이 가득한데도 공백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5년의 시간은 KCM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하다. 부담이진 않았을는지…
KCM:
부담 같은 건 내게 사치다(웃음). 열심히 연습해야지, 신인처럼.

Q. 12년차 가수인 당신에게 ‘신인’이라는 말은 정말 낯설게 느껴진다(웃음).
KCM:
신인 때는 ‘내가 잘될까’ 하는 생각보다는 ‘되든 안 되든 후회 없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쫓기듯 가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여유롭다는 것 보다는, 예전의 내가 기계처럼 음악을 했다면 이젠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Q. 긴 공백이 당신에게 여유를 찾아준 걸까.
KCM:
뭐랄까, 더 무르익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벼는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인다지 않나. 공백이 길어진 만큼 생각도 많아졌었다. 초심 생각도 많이 했고, 잘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니 내가 놓쳤던 게 생각났다. 진심으로, 지금 내게 ‘부담된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Q. 요즘은 음악예능이 많아져 가수들의 설 자리가 많아진 것 같다. 당신이 ‘복면가왕’을 통해 다시금 존재감을 알렸던 것처럼.
KCM:
가수들 사이에선 음악예능 덕분에 방송 진출이 편해졌다는 평이 많다. 나도 노래하는 예능엔 다 출연하고 싶다. ‘열린 음악회’, ‘올댓 뮤직’,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 등등 불러만 주시면 언제든 나가지. ‘인기가요’같은 음악방송 출연은 조금 민폐 같고(웃음).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Q. 싱어송라이터 역량도 쌓아오지 않았나. KCM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KCM:
음악 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그것만 할 줄 아는 것 같다. 그걸 제일 잘 하기도 하고.

Q. 그렇다면 싱어송라이터로서 KCM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KCM:
음악은 곧 나다. 내가 5톤 트럭이라면 음악은 곧 휘발유다. 이 큰 트럭이 달리려면 얼마나 많은 휘발유가 필요할까. 공백이 있던 지난 5년간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지만 항상 목이 말랐다. 비유하자면 휘발유가 아닌 시너로 달린 기분? 가짜 휘발유로 달린 기분이라 항상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Q.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KCM:
내 롤모델이 이승철, 인순이, 이은미 선배님들이다. 이분들처럼 오래 돼도 한 분야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로서 곧바로 떠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 난, 곧은 가수가 되고 싶다.

Q. 후배가수로서의 대답을 해줬다. 그렇다면 선배로서, 눈여겨보는 후배가수가 있을까.
KCM:
정말 죄송한데, 그동안 내가 TV를 끊고 살았다. 그래서 요즘 방송을 보며 어떤 후배들이 어떻게 나오고 있고 그런 걸 공부하는 중이다.

Q. 그렇다면 가장 근래에 만난 가수, ‘복면가왕’에서 결전을 벌인 다나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함께 무대에 섰을 때 어떤 생각을 했었나.
KCM:
누군진 몰라도 참 잘하는구나 싶었다. 다나 씨의 경우 연습할 때보다 본 경연에 임하니 더 잘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복면가왕’에서의 내 얘기를 해보자면, 난 정말 내 정체를 숨기고 싶었다. 처음부터 잘하면 너무 티가 날 것 같아서 감추고 있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열심히 질러댔다.

Q. ‘잊혀진 가수’라는 표현에 자극 받아 나왔던 ‘복면가왕’에서 노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새롭게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KCM:
‘미처 몰랐던’, ‘이렇게까지 노래를 잘 했나? 싶은’, ‘노래 잘 하는 가수’.

Q. 벗고 싶은 ‘오해’도 궁금하다.
KCM:
내 목소리는 얇지 않은 편이다. 근데 활동 시기에 김종국 형과 근육이 많고 남성 솔로 발라드 가수였던 것 때문에 이미지가 비슷했어서 그런지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 내 목소리는 얇지 않다. 많은 분들이 그런 오해를 갖고 계신데, 그래서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은 욕심도 크다.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가수 KCM(사진=세번걸이엔터테인먼트)

Q. KCM에 대한 오해로는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남성적인 이미지도 강하고….
KCM:
내가 사실 보기보다 여린 스타일이다. 하지만 덩치가 있다보니 편한 점도 많다. 시비도 안 걸리고(웃음). 이 몸을 잘 유지해 70~80대에도 몸이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Q. 과거에 ‘SNL 코리아’에도 출연해 조끼에 팔토시, 체인 등을 착용하는 등 패션이 큰 화제가 됐다. ‘패션 테러’ 이미지도 있더라.
KCM:
패션 테러 이미지? 즐거움이나 가십거리가 된다면 상관없다. 그런 걸로 크게 동요하진 않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들이 그것으로 인해 날 한 번 더 생각하고 나로 인해 한 번 더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Q. 패션과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는 초탈한 것 같은 느낌이다.
KCM:
나는 내가 전혀 패션 테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협찬 옷들이 내게 안 맞았다. 마른 연예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내 팔이 감당이 안 됐거든. 그래서 협찬 옷들 중에 내게 맞는 걸 찾다보니 민소매를 입게 되고… 뭐, 그렇게 된 거다(웃음).

Q. 발라드 가수로서 희화화된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나.
KCM:
그런 생각들이 ‘노래 잘한다’는 생각으로 덮이면 된다.

Q. ‘노래 잘 하는’ KCM의 이번 활동 각오가 궁금하다.
KCM:
누구나 다 그러겠지만, 초심처럼 팬들과 자주 소통하고 노래로도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갖고 싶다. 공연과 앨범 등 음악 활동에 많이 치중해서 팬들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갖고 싶다. 올해는 공연으로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 공연부터 방송, 정규앨범까지 올해 안에 꼭 해낼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사실 지금의 내 목표기도 하다.

Q. 오랜 기간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CM:
오랫동안 변치 않고 내 음악을 좋아해주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맙다. 걱정해주고 기다려주고 힘이 되어주고… 그런 말들 덕분에 내가 더 오래,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좋은 음악과 노래로 내가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진심이다. 낯간지러운 말이어도, 이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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