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에릭은 주저 없이 ‘또 오해영’을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았다. 비단 에릭 뿐만은 아니다. 시청자들 역시 인생 '로코'로 기억될 것이라며 종영의 아쉬움을 드러냈으니 쌍방향으로 애정이 일치됐다.
그룹 신화 리더가 아닌 배우 에릭으로도 꾸준히 대중을 만나왔지만, 비로소 확고한 포지션을 찾았다. 배우들에게 한 번 올까 말까한 인생작을 만나니 연기적 욕심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에릭은 2016년 상반기 화제작 tvN '또 오해영'을 통해 로코킹 매력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과거 결혼을 약속했던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과의 이별 후 생긴 깊은 상처를 또 다른 오해영(서현진 분)과의 사랑을 통해 치유하는 박도경으로 분했다. 에릭은 서현진을 향한 감정의 억제부터 달달한 커플 호흡까지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능숙한 박도경은 사랑에 올인하는 순간, 세상 어디에도 없을 셀렘유발자로 탈바꿈했다. 그를 보며 여심은 동요했고 많은 이들이 월요병을 치유했다. 드라마 종영 직후, 커다란 애정만큼 ‘또 오해영’ 박도경을 떠나보내기 못내 아쉬워하는 에릭을 만났다.
Q:종영하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에릭: 아쉽다. 배우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다. 우리끼리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100회까지 하고 싶다’면서 ‘다음 작품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Q: ‘또 오해영’의 인기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면?
에릭: 다 맞아떨어졌다. 배우들이나 현장 분위기, 주변 상황들이 조화로웠다. 사고도 없고 시청률 좋게 나왔다. 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었을 것 같은 현장이다. 그런 에너지가 다 방송에 담겨 시청자분들도 좋게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해영이네 가족이 나올 때 너무 좋았다. 우리 아빠, 엄마가 봐도 좋았을 이야기들이다.
Q: 서현진과의 호흡도 인기 요인이다.
에릭: 전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감독님이 서현진을 두고 ‘최고’라고 한 배우다. 서현진이 연기를 너무 잘하고 현장분위기도 밝게 만들어줬다. MBC ‘신입사원(2005)’ 이후 5일 연장 촬영한 건 처음이었다. 난 에너지를 아끼려고 말도 안했는데, 현진이가 분위기를 밝게 하고 잘 웃었다. 배우들이 다 보물 같은 배우라면서 서현진만 보필하고 가자고 할 정도였다. 당연히 연기호흡은 너무 좋았다.
Q: 서현진이 연기한 오해영, 기존 여주인공 캐릭터와는 확실하게 다른 매력이다.
에릭: 서현진이 오해영을 되게 잘 살렸다. 자칫 비호감일 수도 있는데 본인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렸다. 사실 난 도경이가 해영이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반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반하지 않았겠지’란 장치를 썼다고 본다. 한강에서 국수 먹는 신에서 ‘먹는 거 예쁘다’라고 해영에게 툭 던졌는데, 반하지 않았다면 그건 바람둥이다.(웃음)
Q: 서현진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큰 관심을 얻었다.
에릭: 벽키스부터 감정이 폭발된 것 같다. 다른 드라마를 할 때는 1, 2부 안에 센 키스신이 있었다. 그런데 ‘또 오해영’은 8, 9회까지 안 나왔다. 벽키스를 기점으로 감정이 한 번에 격하게 몰아쳐 걱정되고 부담스러웠다. 첫 키스라는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야 해서 서현진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벽키를 하고 난 이후에는 키스신이 편해졌다.
Q: 덕분에 ‘키스 장인’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에릭: 감사하다. 서현진이 워낙 잘 받아줬다. 내가 (스킨십을) 리드하는 그림들은 많이 봐왔던 그림이다. 서현진이 병원에서 뛰어와 주도한 키스신은 참 신선하고 좋았다.
Q: 자신의 교통사고를 미리 보는 박도경,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덩달아 애를 태웠다.
에릭: 마지막 대본을 받고, 마무리를 어떻게 수습을 하려고 사고가 안나나 생각했다. 극중 도경이에게 사고가 안 나면 개연성이 없으니까. 그런데 작가님이 어떤 상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 것 같다.
Q: 에릭이 말하면 명대사가 된다. 이번에 기억 남는 대사가 있나.
에릭: ‘불새(MBC)’같은 유행어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또 오해영’에서 많이 나왔다. (극중 서현진에게 선물할 때마다 말한) ‘있던 거야’는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팬 분들에게 사인할 때 그 네글자만 써도 엄청 좋아하셔서 나까지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서현진과 점프 포옹할 때 ‘그만 불행하고 같이 행복하자’란 대사가 좋았다. 심장을 부여잡는 느낌이었다.
Q: 음향감독이란 직업이 잘 다뤄진 적이 없었다. 캐릭터 잡을 때 어떤 연구가 필요했는지.
에릭: 원래 내가 소리에 민감하다. 멀리서 내 이야기하는 것도 잘 듣는다(일동 웃음). 정말 음향감독이 드라마에서 별로 다뤄진 적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외국 폴리아티스트 작업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오해영’ 폴리팀과 영화 작업실에도 보내셨다. 촬영 때는 실제 음향감독님이 현장에 나와서 직접 알려주셨다. 주인공 직업이 허투루 나오지 않아 좋았고 신선했다.
Q: 시청률 좋아질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에릭: 초반에 시청률이 5%만 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도경이처럼 내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종방연 때 내 모습이 궁금했다. 웃고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더 크게 웃고 있다. 드라마에 흥행 코드가 많았다. 옆방에 살고, 미래를 보고, 동명이인 에피소드까지, 재밌는 코드가 많았다. 하지만 자칫 산만할 수도 있다고 여겨서 이정도로 잘될지는 생각 못했다.
Q: 신화 멤버들 반응도 궁금하다.
에릭: 멤버들은 내가 멋있는 척하면 놀린다. 그래서 ‘불새’ 때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또 오해영’은 상황이 멋있을 뿐이라 놀릴 포인트를 못 찾은 것 같다.(웃음) 보통 민우만 보는데 이번에는 다 같이 보더라.
Q: 에릭에게 ‘또 오해영’이란?
에릭: 내 인생작이다. ‘불새’ 때는 화제는 있었지만, 놀림도 많이 당하고 연기력 논란도 있었다.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사고 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만족스럽게 끝낸 게 기분이 좋다.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 다들 이후에도 쭉 사랑 받았으면 한다. 예전에는 작품 끝나고 나면, 진짜 다 태워버린 느낌이라 멍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 서현진 덕이 크다. 이제 이것저것 다 표현하고 싶다. 처음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