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공승연은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KBS2 ‘마스터-국수의 신(극본 채승대, 연출 김종연 임세준)’에서 김길도(조재현 분)의 친딸 김다해 역으로 활약했다. 김다해는 여러모로 특별했다. 비극과 복수로 점철된 극에서 홀로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이자, 복수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김종연 PD는 김다해에 대해 “작품의 유일한 숨구멍”이라고 표현했고 공승연은 “순수함을 끝까지 지켰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라 김다해 캐릭터가 많이 튀지 않을까, 혼자만 어우러지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네가 이 작품의 유일한 숨구멍이다’고 하시더군요. 시청자 분들이 다해를 보며 숨을 돌릴 수 있게끔 밝게 해달라고 하셔서 그 후로는 마음 놓고 편하게 했어요.”
“‘국수의 신’은 다해에겐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작품이었어요. 다해는 엄마의 죽음을 캐내러 궁락원에 들어갔지만, 국수와 궁락원에 대한 애정으로 그곳에서의 생활을 버텼어요. 다해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건, 국수에 대한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김다해를 지켜준 것이 국수를 향한 순수한 애정이었다면, 배우 공승연을 버티게 하는 힘은 호기심이다. “한 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나 지켜보고 싶다”던 그의 말은 ‘연기는 내 운명’과 같은 진부한 답변보다 훨씬 흥미롭게 들렸다.
“그동안 ‘배우가 내 길이 맞나’라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국수의 신’을 통해 확신이 생겼죠. 공승연이 아닌 김다해로 불릴 때의 쾌감을 알게 됐어요. 물론 연기는 아직도 어려워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나가게 될 거란 사실을 알아요. 힘들지만, 그 힘듦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죠.”
“출연했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했고 첫 주연작이란 부담도 있었어요. 제 모습을 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요.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성장 가능성을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점이에요. 감독님께선 ‘셀럽 공승연이 아닌 배우 공승연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죠. 제가 셀럽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연기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커졌어요.”
함께 호흡했던 쟁쟁한 선배 배우들도 공승연에겐 귀감이 됐다. ‘국수의 신’을 통해 최종원, 조재현, 이일화, 서이숙 등 대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그는 “긴장은 두 배로 됐지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인간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일상적인 대화만 나눠도 굉장히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분들이에요. 나중엔 선배님들이 앉아 계신 모습만 봐도 마음이 훈훈해졌죠. 연기에 대해서는 다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세요. 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시고요. 물론 긴장은 더욱 많이 됐지만 어떤 의미로는 편하기도 했어요. 연기에 대한 방향성이 보다 확실히 잡혔으니까요.”
국수에 대한 애정으로 궁락원 면장에 오른 김다해(‘국수의 신’), 상류층 진입을 꿈꿨으나 결국 가난한 과외 선생과 결혼한 서누리(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 공승연은 그동안 방황하고 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그려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아직 어린 애 같단다. “부모님을 보면 왠지 모르게 짠하다”고 어른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난 아직도 내가 고등학생 같다”며 해사하게 웃을 땐 영락없는 소녀의 얼굴이 됐다.
하지만 공승연은 분명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는 “배우 공승연이 겪는 일 때문에 인간 유승연(공승연 본명)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공승연과 유승연을 분리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래야 할 필요성 또한 느낀다. 배우로서의 행복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간 유승연 또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부족해요. 욕심은 많은데 생각한 만큼 채워지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하지만 ‘국수의 신’ 덕분에 ‘배우’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연기 인생이 더욱 기대돼요. 아직도 배우라는 호칭이 민망한데, 앞으론 잘 붙게 해야죠. 배우 공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