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Big Bang). 우주 생성의 시발이 된 것으로 여겨지는 대폭발. 넓은 의미에서는 변화 혹은 혁신이 시작되는 단초를 의미하는 단어. 한국 대중음악사에도 몇 번의 ‘빅뱅’이 있었다. 포크의 대명사 故김광석이나 한국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쓴 故유재하, 10대를 가요 주 소비층으로 만든 서태지와 아이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그룹 빅뱅이 있다. 지난 2006년 8월 19일 데뷔한 빅뱅은 ‘거짓말’,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루저(Loser)’, ‘베베(BAE BA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보이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월드투어 콘서트에는 각각 80만 명과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가브랜드 홍보대사로 발탁되며 막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뱅을 가요계 ‘빅뱅’으로 꼽는 것은 이들의 높은 인기도에 기인하지 않는다. 새로움, 그리고 그것이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빅뱅은 아이돌 음악의 메인에 랩이 올 수 있음을 보여줬고, 동시에 아이돌 문화가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잡음 없이 10년 간 팀을 유지했다는 것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 무엇보다 값진 결실은 아이돌 그룹도 스스로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빅뱅은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가 됐다”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빅뱅이 아이돌로서 갖는 매력 또한 유효하다. 지드래곤의 패션 스타일은 여전히 모방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승리의 애교는 여전히 귀엽다. 반항적이고 장난스러운 면모, 철없는 악동 소년의 모습은 빅뱅의 주효한 소구력 중 하나다.
그래서 빅뱅은 아이돌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고 보는 편이 더욱 정확하다. 실제 빅뱅의 성공 이후 블락비, B1A4, B.A.P, 세븐틴 등 많은 아이돌 그룹이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내세우며 인기몰이를 했다. 일본 따라가기에 급급하던 국내의 크고 작은 기획사들이 미국의 음악 트렌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빅뱅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요컨대 빅뱅은 아이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제 빅뱅은 새로운 ‘빅뱅’을 꿈꾼다. 그들의 포부는 원대하면서 동시에 새롭다. 지드래곤은 최근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문화적으로 도움을 주길 바란다. 형태가 음악일 필요는 없다. 전시회, 필름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멤버들 모두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 중이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빅뱅이란 무한한 콘텐츠에서 무한히 많은 갈래의 콘텐츠가 탄생한다? 상상만으로도 혁신적인 진화다.
빅뱅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그 방향은 알지 못해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임은 확신하다. 그리고 예상컨대 수많은 사람들이 빅뱅의 뒤를 따를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