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스타’라는 말은 이제 고어(古語)가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 스타가 탄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Mnet ‘슈퍼스타K’ 시즌 1, 2 우승자 서인국과 허각은 각각 ‘믿고 보는 배우’와 ‘믿고 듣는 가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즌 7의 우승자 케빈오에게는 ‘누구?’라는 질문이 날아든다.
인기가 수그러드니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2013년 MBC ‘위대한 탄생’이 폐지됐고 Mnet ‘보이스코리아’도 시즌2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SBS ‘K팝스타’마저 오는 11월 방영되는 시즌6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남은 것은 단 하나, ‘슈퍼스타K’ 뿐이다.
“일반인이 가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 Mnet 김기웅 국장은 ‘슈퍼스타K’ 존속의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은 또한 ‘슈퍼스타K’가 갖는 긍지이기도 하다. 김기웅 국장은 “8년 간 150명 이상의 가수가 ‘슈퍼스타K’를 통해 데뷔했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조금 더 잘해서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제작진이 조금 더 잘”하는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슈퍼스타K 2016’은 ‘“오디션 2.0’의 시작을 보여줄 것”이라는 당찬 포부와 함께 전폭적인 변화를 감행했지만, 지난 22일 방송된 ‘슈퍼스타K 2016’ 첫 회는 시청률 1.987%에 그쳤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 지난 시즌 첫 회 시청률보다 약 1.5%P 낮고, 전작 ‘너의 목소리가 보여3’ 마지막 회에도 1%P 가량 낮은 수치다.

변화의 주된 목적은 긴박감을 높이는 데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첫 회에서 정체를 드러낸 ‘20초 타임 배틀’ 제도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초. 그 안에 심사위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추가 시간을 얻는다. 그룹 파란 출신의 최성욱이나 ‘성북구 이보영’ 최수빈은 타임아웃 1~2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추가 시간을 획득해 긴장감을 자아냈다. ‘탈락’이란 글자를 뒤로 한 채 무반주로 노래하는 최성욱의 모습은 다소간의 민망함을 안겼으나, ‘슈퍼스타K’ 시리즈에서는 익숙한 살풍경이다.
문제는 적정선이다. 심리적 압박의 수준을 어디까지 올리느냐. 이번 시즌은 ‘배틀 라운드’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다. 연출은 맡은 이성규PD는 “경쟁 사회 분위기에 잘 맞는 콘셉트”라고 말했지만, 지나친 압박은 피로를 유발할 뿐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복면가왕’ 또한 경연 포맷을 취하고 있으나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적당한 수준의 긴박감이다. 소파에 길게 늘어져 가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긴박감.
배틀 라운드를 콘셉트로 내세운 한 ‘슈퍼스타K’는 앞으로 더욱 혹독한 심사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명성이 자자한 슈퍼위크나 생방송에 이르러서는 말할 것도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 종말의 시대. ‘못 먹어도 고’를 외친 ‘슈퍼스타K’의 선택이 훗날 어떻게 평가받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