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2000년대 초반. 가수 세븐은 숫자 그대로 행운의 아이콘이었다. 데뷔곡 ‘와줘’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일본 진출에도 성공해 많은 해외 팬덤을 거느렸다. 노래는 물론 바퀴 달린 신발이나 두건 등 패션 아이템 또한 그가 착용하면 유행이 됐다. 무서울 것 없던 시기였다.그러나 2013년, 군 복무 당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그의 인생을 마구 뒤흔들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사실처럼 알려졌고 이후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븐은 감내했다. 잘못은 반성하고 오해는 진심으로 풀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그가 새로운 날개짓을 시작했다.
Q. 컴백 소감이 궁금하다.
세븐: 약 5년 만에 발표하는 새 음반이다. 1년 이상 준비했는데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내가 모든 트랙을 프로듀싱한 음반이라 그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두루 보여주고 싶다.
Q. 음반을 준비하면서 심적인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소했나.
세븐: 부담이 없진 않았다. 혼자서 만드는 첫 음반이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다. 부담을 안고 시작했지만, 도와주신 분들도 많아서 만족스러운 음반이 탄생한 것 같다. 기존 음반에 비해 더욱 애착이 간다.
Q. 첫 무대는 어땠나.
세븐: 사전 녹화가 오전 8시에 시작됐다. 첫 무대인데다가 아침 일찍부터 녹화하게 돼서 평소보다 더 긴장했다. 재밌게 즐기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다. 오랜만에 팬 분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했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게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Q. 전곡을 작사, 작곡했는데 전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세븐: 처음부터 내가 다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국내외 작곡가들에게 100곡 이상을 받았다. 고르고 고르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그러다보니 점점 참여도를 높여가게 됐고 전체 프로듀싱까지 내가 맡았다. 알앤비, 팝, 댄스, 펑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담겼다. 특히 타이틀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은 처음 시도하는 장르라서 도전의 의미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YG엔터테인먼트를 벗어나 만든 음반이기도 하다.
세븐: 사실 예전에 작업하던 스태프들 중 상당수가 이번 음반 작업도 함께 했다. 다만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해졌다. 발이 넓어진 느낌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물론 불편한 점도 있지만 초심으로 되돌아가자는 마음이었기에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음반을 만들 수 있었다.
Q. 공백기 동안 유행하는 음악도 달라지고 가요계도 많이 바뀌었는데.
세븐: 쉬는 동안 TV도 많이 보고 음반 시장 조사도 많이 공부했다. 빠르게 적응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장르적으로) 음악적 변화를 줘야겠다는 부담은 없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반드시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
Q. 원하는 반응이 있나.
세븐: 특별히 듣고 싶은 말을 꼽기는 어렵지만 나에 대한 선입견 없이 들어주시길 바란다.
Q. 이번 음반을 통해 음악 인생 2막이 열리는 셈인데 염두에 두고 있는 큰 그림이 있다면?
세븐: 음악 인생 2막이라는 말이 참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시작과 잘 어울리는 요즘이다. 기대되고 설렌다. 지난 십 수 년 간 해온 일을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이어간다면 다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Q.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나.
세븐: 순위에 연연해서는 안 되는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음반을 낼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우선은 거기에 중점을 두고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음원 차트나 가요 프로그램 순위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담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래도…음원 많이 사 달라. 하하하.
Q. 데뷔 14년 차다. 그동안 굴곡이 많았다.
세븐: 많은 일이 있었다. 좋았던 일이 대부분이다. 데뷔곡 ‘와줘’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 같다. 물론 미국 진출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유익한 시간으로 남았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13년과 2014년, 군 생활 당시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일들을 한 번에 겪었다. 정말 힘들었다. 다시 음악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좌절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물론 내 과오가 있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응원해주는 분들의 사랑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턴 매일 즐겁게 지냈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 더욱 열심히 살겠다.
Q.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사랑을 인지하게 된 계기가 있나.
세븐: 팬 분들이 보내주는 편지다. 예전에는 너무 많아서 못 읽었는데 군대에서는 편지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두 번 세 번 곱씹어 보기도 했다. 전역 후 도전했던 뮤지컬도 큰 힘이 됐다. 함께 작업한 동료들, 선입견 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박수쳐주는 뮤지컬 팬들이 새 음반을 만드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됐다.
Q.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븐: 5년 동안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다. 기다림이 쉽지 않음을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팬 분들을 보면 데뷔 초 생각도 많이 나고 추억이 쌓이는 느낌도 든다. 지난해 일본 투어와 뮤지컬 공연이 있었는데, 팬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겐 무척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올해는 음반으로 시작했는데 시작을 잘 끊어서 오래오래 소통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그러나 일부 대중의 시선은 아직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세븐: 나도 알고 있다. 댓글도 잘 보고 있고. 내게 도움이 되는 댓글은 마음에 잘 담아두지만 너무나 터무니없는 댓글은 잘 넘기기도 한다. 전역하고 나서 지금까지, 내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 반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억울한 걸 해명하기보단 언젠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얼마 전 SNS를 통해 사과와 해명글을 쓰게 됐다. 그 글을 믿지 않는 분들도 물론 많을 거고, 또는 그 글을 통해 마음을 돌리는 분도 계실 거다. 많은 걸 바라고 쓴 것은 아니다. 10명 중 한 명, 혹은 100명 중 한 명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 음반 하나로 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차근차근 활동하다 보면 언젠간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