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G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발송한 걸그룹 블랙핑크 컴백 관련 보도자료는 멤버들의 외모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담고 있다. “미성년자를 갓 벗어난 느낌이 들 정도로 묘한 섹시함을 물씬 풍기”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청순하면서도 묘한 섹시함을 드러낸 미모”라든지, “심상치 않은 눈빛과 살짝 벌어진 입술”과 같은 표현은 블랙핑크가 지향하는 콘셉트를 완곡하게 알려준다.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가 투애니원(2NE1)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란 사실만으로도 일찍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발표한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은 신인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과 ‘붐바야’는 국내 음원 차트 1, 2위를 석권한 것은 물론, 아이튠즈와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의 성공적인 데뷔에는 여러 요인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금수저’로 분류되는 대형 기획사 소속인데다가 프로듀서 테디가 음반 제작을 진두지휘, “가장 YG스러운” 음악을 만들어줬다. 이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멤버들의 능력과 매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데뷔와 동시에 직속 선배이자 K팝 걸그룹 가운데 독보적 입지를 가진 투애니원과 비견되는 영광(?)을 누렸으니 말이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과 다르다. 개성의 아이콘이었던 투애니원과 다르게, 블랙핑크는 예쁜 멤버를 뽑아 예쁜 옷을 입혔다. 노래 중간 중간 “오빠”를 외치기도 하고 “언제나 난 도도하지만 네 앞에선 뜨거워”진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만약 블랙핑크가 투애니원에 ‘대적’할 팀으로 비견된다면 그들의 가능성이 높이 인정받았다는 방증일 테다. 그러나 블랙핑크가 ‘제 2의’ 투애니원으로 불린다면 그들의 차별성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발매될 ‘스퀘어 투(SQUARE TWO)’ 음반은 전작과는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소속사는 설명했다. 홍보 자료에 “섹시”, “매혹”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블랙보다는 핑크에 방점을 찍은 음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투애니원과 분명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 블랙과 핑크 사이에서 블랙핑크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이룩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