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룹 안에서도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 갈리는 마당에, 무려 세 팀의 보이그룹이 같은 날 동시 출격했다. ‘오빠들’을 향한 마음이야 5대양 6대륙을 뒤덮고야 남지만 자고로 하늘 아래 두 팀의 최애(最愛)는 없는 법. 긴장하시라. 엑소의 첫 유닛 엑소-첸백시,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찍은 빅스, 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살린 블락비 바스타즈까지, 다인다색(多人多色)의 매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테니.

엑소 첸백시 - ‘헤이 마마’(Hey Mama)!
김예슬: 뮤직비디오는 극명한 색의 대비를 통해 유쾌한 팝아트적 느낌을 다분히 준다. 여기에 스토리에 맞춰 연기하는 첸 백현 시우민의 ‘프로 아이돌’ 느낌은 보는 재미를 200% 충족시킨다. 사실 가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소 뻔하다. 그냥 놀자는 거다. 그럼에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건 역시나 첸과 백현, 시우민이 가진 ‘상큼함’ 덕분이다. 여기에 ‘헤이 마마’라는 차진 후렴구와 반복되는 허밍의 중독성이 자꾸만 듣고 싶게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준다. 멤버들의 찰떡같은 콘셉트 소화력과 댄스 장르에 최적화된 첸 백현 시우민의 칼군무도 눈을 끄는 포인트다. 보컬라인이지만 유닛을 통해 랩을 선보인 백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사실 긴 말은 필요 없다. 그냥, 한 마디로 이거다. 상큼한 게 최고!
이은호: 작은 체구의 시우민이 양복을 차려 입고 사무실에 앉자 타이핑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입 꼬리가 씰룩이기 시작했다. 첸이 팔(八)자 눈썹을 씰룩일 땐 광대뼈가 하늘 높이 치솟고 백현이 랩을 시작하자 손끝이 간질거린다. 단전 아래에서부터 기쁨이 차오르고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몸속에 퍼져나갈 때, 깨달았다. ‘아파트를 뽑고 싶다’는 심정이 바로 이것이구나! 팀 내에서 ‘귀여움’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멤버들이 모인 만큼 ‘헤이, 마마’는 곳곳에서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첸이 시원하게 뽑아낸 고음과 가성, 차진 발음으로 디스코 팝의 맛을 살리고, 시우민이 날렵한 몸동작으로 볼거리를 더하면, 백현은 안정적인 음색과 가창으로 노래의 밸런스를 맞춘다. 훌륭한 조합이다.

빅스 - ‘더 클로저’(The Closer)
김예슬: 1년 동안 공들인 빅스의 콘셉션 3부작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신화를 모티프로 해 1년동안 펼친 빅스의 면면들은 왜 빅스가 ‘콘셉트돌’로 불리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거기에 뚜렷한 세계관과 몸에 꼭 맞는 제복은 팬들이 빅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그 자체로 설명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시공간이 멈춘 듯한 상황을 켄만이 관망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전작 ‘판타지’에서는 강렬한 흑백 대비와 함께 다소 무거워 보일 정도로 절절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더 클로저’는 정적인 느낌을 신비롭게 담아낸 영상과 한층 더 가벼워진 일렉 신스 리듬이 더해졌다. 확실한 콘셉트 라인과 대중적인 리듬, 멤버들의 완벽한 제복 소화력은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내 너희에게 ‘입덕’을 허하노라.”
이은호: ‘더 클로저’의 처음 몇 마디를 듣고 기자가 내뱉은 말은 “어라? 의외인데!”였다. 힘과 권력의 신 크라토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설명에 지레 상상한 색깔이 있었다. 강하게 치고 나오는 리듬 세션,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전자음, 힙합과 EDM이 적절하게 조화된, 이제는 꽤 흔해져버린 스타일의 댄스 음악 말이다. 그러나 ‘더 클로저’의 첫 번째 벌스는 매우 유려하게 흘러간다. 소리의 화려함보다 멤버들의 역량에 전개를 맡긴 과감한 선택. 라비의 랩을 도입부에 삽입한 것에서도 5년 차 아이돌의 자신감이 엿보이고, 특히나 발군의 성장을 보인 엔의 보컬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PS.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때는 반드시 화면 밝기를 높게 설정해 놓을 것.

블락비 바스타즈 - ‘메이크 잇 레인’(Make It Rain)
김예슬: 블락비 바스타즈는 뮤직비디오와 강렬한 리듬감을 가진 노래, 이보다 더 강렬한 멤버들의 비주얼로 한결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품행제로’인 악동, 조금 더 보태자면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일당을 그려내는 듯하다. 뮤직비디오는 대놓고 GTA와 같은 범죄 게임의 느낌을 담아냈다. 환락에 빠진 모습을 연기하는 멤버들의 모습과 연행, 도박, 암매장, 위험한 불장난과 이를 담아내는 불안한 카메라 워킹은 이들이 가진 문제아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노림수가 가득한 ‘주옥같지’, ‘애들은 가라고’, ‘날 손가락질하고 미친놈이라 불러’, ‘침이나 뱉지 칵 투’ 등의 가사는 다소 노골적으로 블락비 바스타즈만의 콘셉트를 설파하고 있다. 현실에서 만나면 정말 무섭겠지만, TV 속 오빠들이라 이 정도쯤은 ‘익스큐즈’다.
이은호: 지난해 발표한 첫 유닛 음반 ‘품행제로’는 많은 부분에서 블락비의 흔적을 지워내지 못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지코의 영향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유닛 존재의 당위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메이크 잇 레인’은 지코가 아닌 싱어송라이터 딘(Dean)을 기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전히 피오의 굵고 거친 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유권, 비범으로 이어지는 보컬 라인의 활약에도 주목할 것. 피오가 ‘악동’이라는 큰 줄기의 콘셉트를 잇는다면 유권과 비범의 보컬이 미묘한 톤 차이를 조절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결성된 팀이지만, 그 안에서 블락비 바스타즈는 점점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