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와르(NOIR). 본디 ‘어둠’이란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암흑가, 그러니까 범죄와 관련된 집단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나 영화 장르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상대적으로 내러티브가 약한 음악 안에서는 ‘느와르’가 어떻게 표현되는 것이 좋을까. 가사로서 설명돼야 할까, 콘셉트로서 설명돼야 할까. 그 답을 그룹 B.A.P가 제시한다.
B.A.P는 지난 7일 정규 2집 음반 ‘느와르’를 발표했다. 2014년 ‘퍼스트 센서빌리티(First Sensibility)’ 발표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 음반이다. 타이틀곡 ‘스카이다이브(SKYDIVE)’는 프로덕션 팀 디자인 뮤직의 최진석 프로듀서가 주축이 돼 작업한 곡으로 하드 일렉트로닉, 얼터너티브, 트랩 등 여러 장르의 사운드를 통해 B.A.P의 개성을 극대화했다.
‘느와르’는 당초 ‘스카이다이브’의 콘셉트 키워드로 거론된 단어였다. 멤버 영재는 “타이틀곡의 색깔이 음반 전체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음반명을 ‘느와르’로 정했다”면서 “보다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 같은 콘셉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B.A.P는 10분여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스카이다이브’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들만의 느와르를 그려낸다. 쟈니브라더스의 홍원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의문의 살인마 X를 추격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 눈에 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과 특수효과는 쉴 틈 없이 긴장감을 조여 오고 멤버들의 열연은 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대현은 처음으로 연기 레슨까지 받아가면서 진지하게 뮤직비디오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가 훌륭하다. 다이내믹한 사운드는 박진감을 더하고 곳곳에 성가를 연상시키는 합창을 삽입해 웅장함을 살렸다. 힘찬은 “래퍼 방용국과 메인 보컬 대현 등 멤버 대부분이 파워풀한 목소리와 창법을 구사한다”면서 “사운드와 보컬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면 멜로디가 묻히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힘 있는 보컬과 랩을 통해 거친 멜로디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서술적 표현이 자유로운 뮤직비디오에서 조차 대사 외에는 별도의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B.A.P는 오직 이미지와 음악을 통해 ‘느와르’를 설명한다.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살인마 X의 정체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동기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등 뮤직비디오 내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멤버들이 팬들로 하여금 뮤직비디오를 다양하게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기를 원했다. 촬영 당시 멤버들이 직접 모니터하면서 장면을 수정하곤 했는데, 숨은 의도를 찾아보는 재미를 주고자 아리송한 부분을 남겨두기도 했다”면서 “팬들의 적극적인 감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