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시사後] ‘형’, 패가 너무 빤히 보인다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도유망한 유도선수 고두영(도경수)은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는다. 그의 불행이 행운이 된 이는 다름 아닌 배다른 형 고두식(조정석)이다. 전과 10범으로 감방 신세를 지고 있던 두식은 동생의 병간호를 빌미로 가석방된다. 두영은 그런 형이 못마땅하고, 두식 역시 동생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동생의 명의를 몰래 가로채 대출까지 받아낸다. 그러나 싸우다가 정이 든다고, 티격태격하면서 이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익숙하다. 최근 한국 휴먼코미디들이 선보인 경향을 공식처럼 이행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예언자 노트라다무스가 된 듯한 착각이 인다. ‘웃기겠지’ 싶은 순간에 코미디가 나오고, ‘이 즈음에서 울리겠지’ 하면 여지없이 익숙한 비극이 들어선다. ‘선 웃음 후 감동’ 전략을 구사하는 영화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곁눈질 하지 않고 직진한다. 그것이 한국 대중영화 시장에서 호소력을 발휘하는 지점이기도 하니 ‘안이한 접근’이라는 말로 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만의 ‘플러스알파’가 없다는 점에서 나태한 인용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이 영화의 더 고약한 지점은 유머를 구사하는 방식이다. 브로맨스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여성 외모를 활용한 유머가 들어서는데, 문제의식 없이 연신 낄낄대는 모습은 당혹스러운 동시에 불편하다. 휴먼 코미디 영화에 엄격한 잣대를 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면, 그러한 의문이 더욱 우려스럽다 하겠다.

여러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라면 배우들의 매력일 것이다. 조정석과 도경수의 주고받는 호흡이 좋다. 다만 한마디 보태자면, 조정석의 경우 개인기가 탁월하고 소화력이 훌륭하나, 두식 캐릭터가 기존 ‘건축학개론’ 납득이와 ‘질투의 화신’ 이화신과 중첩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금 더 영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존 이미지를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장점을 아끼는 가운데, 새로운 면모에 집중한다면 보다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